먼저 염경엽 넥센 감독의 얼굴은 다소 초췌했다. 염 감독은 "잘 주무셨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잘 잤겠습니까? 열불이 나서 거의 못 잤습니다"고 웃었다. 미소는 지었지만 전날 3차전의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났다.
전날 넥센은 7회까지 1-0으로 앞섰지만 8회 실책성 수비로 동점을 허용했고, 9회 결승 홈런까지 내주며 1-3으로 졌다. 염 감독은 "어제 실책성 수비는 미리 위치를 지시하지 못한 내가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8회초 2사 1루에서 이승엽의 뜬공이 내, 외야진 사이에 떨어진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쓰라리기도 할 테지만 아픈 상처에 더 강한 소독약을 발랐다. 염 감독은 "어제 잠은 2시간이나 잤나 싶다"면서 "어제 경기를 계속 돌려가면서 봤다. 진 경기일수록 분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값진 경험을 쌓았다 여기고 4차전 총력전을 다짐했다. 염 감독은 "어차피 우리 팀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젊다"면서 "계속 경기를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이어 "1승2패로 뒤져 있는 만큼 오늘 4차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다.
반면 류중일 삼성 감독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당초 5일 2차전 뒤 류 감독은 목동 2연전에 대해 "2승 하면 좋겠지만 최소 1승1패를 목표로 하겠다"고 했던 터였다. 소기의 목적인 일단 거둔 것이다.
류 감독은 "아무래도 어제 이겨서 마음이 편하다"면서 "반대로 넥센 쪽은 급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전력에도 여유가 넘친다. 류 감독은 "우리는 투수들이 던지고 싶어 안달이 났다"면서 "배영수와 차우찬, 백정현 등이 서로 던지겠다고 난리"라고 웃었다.
그러나 승부는 승부다. 류 감독은 "오늘 상황에 따라 필승조를 투입할 수 있다"면서 "내일 하루 이동일인 만큼 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삼성과 절박한 넥센. 과연 두 팀의 표정이 4차전 뒤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