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LG와 PO 1차전이다. 염 감독은 "사실 우리가 질 경기였는데 LG의 주루 실수가 나온 게 결정적이었다"면서 "그걸로 시리즈 전체가 갈렸다"고 말했다.
당시 LG는 1-1로 맞선 무사 만루에서 이병규(7번)의 좌중간 2루타성 타구가 나왔으나 2루 주자 김용의가 홈에서 아웃됐고, 2루를 넘어 뛰던 이병규는 2루로 귀루하던 1루 주자 박용택을 앞서 선행 주자 추월로 더블 아웃이 됐다.
넥센을 완전히 무너뜨릴 기회를 놓친 LG는 결국 역전패했고, 시리즈를 1승3패로 내줬다. 3위 NC를 준PO에서 물리친 LG가 만약 1차전 상승세를 이었다면 KS 삼성의 상대는 바뀔지 몰랐다.
KS 1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넥센은 2-2로 맞선 8회 강정호의 결승 2점 홈런이 터졌는데 여기에는 삼성 필승 불펜 안지만의 예상 밖 부상이 있었다. 삼성은 승부처에서 경기 전 등에 담 증세를 호소한 안지만을 쓰지 못했다.
결국 올해 좌완 상대 타율 4할1푼3리, 출루율 5할6푼4리, 장타율 9할3푼3리에 이르는 강정호에게 왼손 투수 차우찬이 결승포를 허용했다. 염 감독은 "그런 상황들이 아무래도 일단 우리 쪽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봤다.
▲넥센, KS 3차전 뼈아픈 '이승엽 행운의 안타'
하지만 2차전을 기점으로 승운이 넥센을 떠난 모양새다. 2차전에서 선발 헨리 소사의 부진으로 1-7 완패를 당한 넥센은 3차전에서 승기를 먼저 잡았다. 5회 터진 비니 로티노의 선제 솔로포가 나오면서 7회까지 1-0으로 앞섰다.
넥센은 그러나 8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8회 2사 1루에서 이승엽의 높이 뜬 빗맞은 타구가 내, 외야진 중간에 떨어지는 행운의 1타점 적시 안타가 되면서 흐름이 넘어갔다. 세 번째 투수 손승락의 구위가 최상이었기에 더 아쉬운 장면이었다. 넥센으로서는 불운일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한번 어긋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넥센은 1-1이던 9회 2사에서 잘 던지던 손승락을 내리고 한현희를 올렸다. 손승락의 투구수가 한계치인 33개가 됐기 때문이었다. 한현희가 삼성 1번 야마이코 나바로에 6타수 무안타로 강했던 점도 원인이었다.
하지만 한현희는 나바로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한이에게 뼈아픈 결승 2점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3차전에서는 분명 하늘이 넥센을 외면한 모양새였다.
▲절실함의 염경엽과 넥센, 과연 반전 카드는?
염경엽 감독의 별명은 염갈량이다. 중국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불세출의 전략가 제갈량을 빗댄 것이다. 특히 승산이 없던 조조와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간절함으로 하늘에 지낸 제사로 동남풍을 이끌어내 화공으로 위군을 깨부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 별명에 대해 염 감독은 "원조는 조범현 kt 감독이시고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고 했다. 조 감독은 KIA 사령탑이던 2009년 KS 우승을 이끌며 조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실 넥센이 낼 카드는 많지 않다. 8일 4차전 선발 앤디 밴 헤켄의 역투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필승조 조상우-손승락이 3차전 35개 안팎의 공을 던져 4차전에는 1이닝 정도밖에 쓸 수 없다. 여기에 전날 변화를 준 타순도 1득점 빈공을 보였다.
염 감독은 이번 가을야구를 앞두고 절실함으로 맞서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염 감독은 "아무리 계획과 작전을 세워도 야구는 생각 대로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실력 외적인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3차전에서는 '우주의 기운'이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염 감독은 3차전 뒤 특유의 야구 불면증으로 밤을 지새웠을 터. 과연 염갈량의 동남풍은 불어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