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7일 목동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 1-3 패배를 당했다. 1-0으로 앞서 있다가 당한 역전패라 더 뼈아팠다.
경기 후 염경엽 넥센 감독이 "오늘 경기의 소득은 없는 것 같다. 쓸 거 다 쓰고 졌기 때문에 속이 상한다"고 말할 만큼 타격이 컸다. 필승조 조상우, 손승락, 한현희를 모두 투입하고도 허무하게 당했다.
▲한현희, 소극적 투구로 화 자초
특히 한현희가 입은 충격이 크다. 1-1로 맞선 9회 2사에서 등판한 한현희는 야마이코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한이에게 결승 2점 홈런을 얻어맞고 고개를 떨궜다.
동점으로 9회초를 마치면 넥센은 3번 타순부터 시작되는 9회말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그러나 박한이의 한방은 결정타였고, 넥센이 그대로 지면서 한현희가 패전을 안았다.
4차전을 염두에 둬야 하는 넥센은 손승락의 어깨를 생각했고, 한현희가 나섰다. LG와 플레이오프(PO) 때부터 필승조의 투구수를 30개 정도에서 끊어왔다.
한현희가 정규리그에서 나바로에 6타수 무안타로 강했던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한현희는 1, 2차전 연속 홈런을 날린 나바로에게 도망가는 듯한 승부로 볼넷을 내줬다.
이어 박한이와도 풀 카운트에 몰린 끝에 던진 시속 144km 한복판 직구가 장타로 연결됐다. 큰 경기에 대한 부담이 큰 듯 소극적 투구가 화를 부른 것이다.
▲한현희 괴롭힌 '최형우 트라우마'
염 감독은 5일 대구 KS 2차전을 앞두고 트라우마에 대해 언급했다. 한현희를 가급적이면 삼성 최형우와 마주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형우는 정규리그에서 한현희를 상대로 4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으로 강했다. 특히 결정적인 한방이 있었다.
5월24일 대구 원정에서 한현희는 4-3으로 앞선 8회 1사 2루에서 최형우에게 역전 결승 2점포를 맞고 패전을 안았다. 8월11일 목동 홈에서도 6-4로 앞선 8회 최형우에게 동점 2점포를 얻어맞았고, 결국 넥센이 연장 10회말 이승엽의 결승타로 6-7 패배를 안았다. 한현희를 최형우와 떨어뜨리려는 이유다.
염 감독은 "사실 지난해 감독이 되고 나서 밴 헤켄을 삼성전에 한번도 등판시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밴 헤켄이 2012년 삼성에 너무 약해서 기억을 지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올해 밴 헤켄이 삼성에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고, 그러기까지 1년이 꼬박 걸렸다"고 강조했다. 밴 헤켄은 올해 삼성전 1승 1패 평균자책점(ERA) 1.86(19⅓이닝 4자책)을 기록했다. 지난 KS 1차전에서도 6이닝 2실점 선방했다.
▲'트라우마 지론가' 염경엽의 선택은?
그만큼 트라우마를 심상치 않게 여기는 염 감독이기에 한현희를 승부처에서 투입할 수 있느냐가 변수인 것이다. 최형우뿐만 아니라 박한이에게도 좋잖은 기억의 잔상이 남게 된 것이다. 정규시즌에서 한현희는 박한이에게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3차전 결승포 한방에 트라우마가 또 생길지 모르는 것이다.
두 타자뿐 아니라 어쩌면 삼성 전체에 대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한현희는 블론세이브 3개 중 2개가 삼성전에 나왔다. 2패 중 1패를 삼성이 안겼고, 피홈런 6개 중 2개는 최형우에 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만 결정적인 홈런을 3개나 맞은 한현희를 승부처에서 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염 감독은 KS 2차전에 앞서 "한현희를 삼성 우타자들이 이어지는 (8~1번) 타순에 맞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1번 타자 나바로를 쉽게 상대하지 못한 기억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연 염경엽 감독과 넥센이 4차전에서 한현희의 쓰임새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또 한현희가 아픔을 털고 특유의 배짱투를 씽씽 뿌려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어쩌면 삼성이 4연패를 이루느냐, 마느냐가 여기에 달려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