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하면 100%가 없는 확률 싸움이다.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7일 목동구장. 1-1로 팽팽하던 9회초 넥센 손승락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야마이코 나바로의 타석 때 마운드를 내려왔다. 대신 한현희가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먼저 넥센 필승조인 손승락과 한현희의 기록을 살펴보자.
손승락은 오른손 투수임에도 올해 좌타자에게 강했다. 우타자를 상대 OPS가 0.902인 반면 좌타자 상대 OPS는 0.536이었다. 한현희는 손승락과 반대였다. 사이드암 투수라는 특성상 좌타자에게 약했다. 우타자 상대 OPS는 0.527이지만, 좌타자 상대 OPS는 0.869였다.
덕분에 넥센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 보직을 없앴다. 조상우를 먼저 내고 손승락과 한현희를 타자에 따라 투입했다.
3차전도 마찬가지였다. 7회초 조상우를 1사 1루에서 내리고, 손승락을 올렸다. 삼성 타순이 박한이-채태인-최형우로 이어지는 좌타 라인이었기 때문이다. 손승락은 위기를 잘 넘겼다. 8회초 운이 없게 동점을 내줬지만, 9회초에도 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다음 타자는 나바로. 염경엽 감독은 손승락 대신 한현희를 등판시켰다. 1~2차전에서 연거푸 홈런을 때린 나바로이기에 우타자에 강한 한현희를 낸 것. 하지만 한현희는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스스로 위기를 만들었다.
다음 타석에는 박한이가 들어섰다.
다시 기록을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현희는 좌타자에게 정말 약했다. 박한이의 기록을 보면 주자 1루에서 타율이 4할이다. 물론 결과론적이지만, 확률 싸움에서 박한이가 유리한 대결이었다. 박한이는 투런 홈런으로 승부를 갈랐다.
나바로만 잡았으면 이닝이 끝나는 상황. 결국 나바로에게 내준 볼넷이 넥센에게는 너무나도 뼈아팠다.
염경엽 감독도 "일단 투구 수가 있었고, 내일도 손승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바꿨다"면서 "만약 나바로를 상대하고 한현희를 올리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왼손 타자를 상대해야 해서 올렸다. 나바로에게도 강했다. 그런데 볼넷을 내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