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을 데우거나 간단한 음식물을 조리할 때 편리함 때문에 자주 전자렌지를 사용해온 K 씨는 이 말을 듣고부터 전자렌지를 사용할 때면 기분이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가스나 전기, 연탄과는 달리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 생소한 조리법 때문에 전자렌지에 대한 불신과 우려는 생각보다 크다.
과연, 전자렌지는 다른 조리방법과 비교해 영양소를 더 많이 파괴할까?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가 있다.
가열 등의 조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야채이고, 따라서 야채에 함유된 영양소가 얼마나 파괴되는지 분석해보면 조리법에 따른 영양소의 파괴 정도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미국 코넬대학 연구진이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이 들어있는 시금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스토브에 조리한 경우 비타민B가 77% 파괴된 반면, 전자렌지는 대부분의 비타민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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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도 팬에 구웠을 때보다 전자렌지에 요리했을 때 영양소 파괴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 연구진은 야채를 전자렌지로 조리하면 항산화물질이 파괴된다는 일부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야채를 썰어, 끓이고, 튀기고, 전자렌지에 조리한 뒤 영양소의 파괴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오히려 전자렌지에 조리한 야채에서 항산화물질의 파괴가 가장 적었다.
반면 물에 끓인 것과 압력솥에 조리한 것은 항산화물질의 파괴가 가장 많았고, 후라이팬에 튀긴 것은 전자렌지와 튀긴 것 사이의 중간 정도였다. 항산화물질은 노화억제, 암예방 등에 관여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 물질이 감소하는 정도는 채소의 종류에 따라 달랐다.
전자렌지를 이용한 조리에서 항산화물질의 감소는 전혀 없는 것에서 50%까지 편차를 보였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당근, 셀러리 등 일부 채소는 오히려 그 양이 증가했다.
브로콜리의 경우 전자렌지에 조리를 하더라도 물에 넣은 채 조리할 경우 대부분의 항산화물질이 파괴됐으나 물에 넣지 않거나, 찌는 경우 항산화물질과 비타민의 손실이 적었다.
전자렌지는 퍼시 스펜서라는 사람이 2차 세계대전 때 레이더 실험을 진행하던 중 마이크로웨이브를 방출하는 진공관 근처에 접근했다가 우연히 주머니에 있던 사탕이 녹는 것에 착안해 발명됐다.
전자렌지는 고주파의 마이크로파에 의해 음식물에 전자기장을 쏘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자유로운 물 분자들(일부 지방과 당분과 함께)이 마이크로파를 흡수해 진동하게 되고, 이 진동에 의해 분자들 사이에 마찰이 발생한다.
냉동 식품을 조리할 때 간혹 부위가 골고루 가열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는 소금과 같은 다른 화학물질로 인해 얼지 않은 부위의 자유로운 물 분자가 먼저 가열된 결과이다.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금속이 전자기장의 높은 에너지 입자들을 막기 때문이다.
전자렌지는 행주 등을 소독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2007년 잡지 환경 건강(Journal of Environmental Health) 11월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주방에서 사용하는 행주를 전자렌지에 넣어 2분간 가열할 경우 세균의 99%가 죽거나 활동을 멈추었으며, 바실러스 세레우스 세균만 4분을 가열해야 살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