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김 씨는 올 초 영화 '변호인'의 1000만 관객 동원이 점쳐질 무렵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면 곧이어 또 다른 1000만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변호인에 이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 김 씨는 그 근거를 2003년 말과 2004년 초에 걸쳐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잇따라 1000만 관객을 넘어선 데서 찾았다.
그는 "두 시기 영화시장의 급격한 성장세가 유사했다"며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나온지 10여 년이 흐른 만큼 다시 한 번 시장이 클 때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총관객수는 2004년 6,925만여 명에서 2005년 1억 2,335만여 명, 2006년 1억 4,426만여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후 정체기를 보내다가 2011년 1억 5,972만여 명, 2012년 1억 9,489만여 명, 지난해 2억 1335만여 명으로 다시 한 차례 도약했다.
김 씨는 "통계를 바탕으로 10여 년 전처럼 2011년에 비해 2012년 관객이 크게 늘어난 만큼 지난해에도 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며 "그 중심에는 1000만 영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난 여름 제작비 600억 원짜리 대작 한국영화 네 편이 정면으로 맞붙었을 때도 '명량'의 1000만 관객 동원을 점쳤던 김 씨다.
그는 "영화 시장이 한 차례 더 컸다는 것은 증명이 됐고, 그 다음에는 콘텐츠 승부로 넘어가는 국면인데, 어떠한 내용의 영화가 터지냐가 관건"이라며 "몇몇을 제외한 역대 1000만 영화의 공통점은 '아빠'가 등장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아빠는 상징적인 의미로 '7번방의 선물' '광해' '변호인'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가여운 존재, 연민의 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아빠는 무기력하지만 타인을 위한 희생이 몸에 밴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다"며 "명량의 이순신은 아빠라기보다는 결단을 내리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오피니언 리더 격인 '아버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명량을 본 관객들은 공통적인 결핍을 느끼는 듯한데, 머리로는 감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선뜻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는 것이 김 씨의 의견이다.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고단하고도 치열한 삶을 이어온 한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 씨는 "강인하고 다소 압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아버지인 명량의 이순신과 달리, 국제시장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덕수 캐릭터는 그 대척점에 있는 소시민적인 아빠의 전형"이라며 "아마도 덕수의 삶은 명량 속 배 밑에서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젖던 이름 없는 이들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김 씨가 국제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한국영화 산업의 질적 발전에 대한 기대와 맥을 같이 한다. 그는 국제시장을 두고 "한국영화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시험대"라고 표현했다.
김 씨는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5년 전 '해운대'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산 오락영화도 여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준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윤 감독은 국제시장에서 70여 년의 세월을 다루는데다, 배경 역시 한국을 넘어 독일 등지로 다양하게 넘나든다는 점에서 공간적, 시간적으로 방대한 규모의 한국영화를 겨울 극장가에서 성공시키겠다는 도전에 나선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화시장이 성장하는 시점은 항상 안 보던 사람들이 극장을 찾을 때였는데, 국제시장은 주요 관객층으로 극중 주인공과 같은 시대를 산 우리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며 "그들이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기꺼이 극장을 찾을 법한 영화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성공은 진일보한 가족관객을 가진 시장환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