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법적으로 범죄 행위로 간주되는 데다 인권 침해 논란 여지도 크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롯데의 CCTV 감시-사찰 문제를 폭로하면서 "명백한 범죄이자 반헌법적인 행위"라면서 "헌법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고 있으나 롯데 선수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원정 경기 때 선수단 숙소 호텔의 CCTV를 통해 선수들의 출입 기록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하진 구단 사장은 "CCTV 감시를 지시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과연 이런 행위가 같은 야구 인기 국가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야구 선진국 미국과 일본의 경우다. 일단 두 국가 모두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MLB? 그럴 일도 없지만 터진다면 거대 소송"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은 "미국은 워낙 사생활을 법으로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사찰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만에 하나 일어난다면 이건 중대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법적 소송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송 위원은 "선수들이 구단과 호텔을 99% 고소할 것"이라면서 "집단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광범위하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강력한 선수노동조합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송 위원은 "메이저리그 노조의 파워는 워낙 강하다"면서 "전체 미국 산업 노조 중 한때 5위에 오를 정도"라고 말했다. 구단과 메이저리그를 상대로 소송이 벌어지고, 천문학적 배상액까지 나올 수 있다.
송 위원은 "메이저리그 자체적으로 헌법처럼 룰이 있기 때문에 개인 기본권 침해 등에 대해 구단에 징계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NCAA(전미대학스포츠협회)의 경우 학점 이수 등의 규정을 어길 경우 2년 동안 대회 출전 금지 조항이 있을 정도로 룰이 세다"고 강조했다.
▲"日도 선수 노조가 나설 것" 韓의 경우는?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 특파원을 다년 간 지낸 모 기자는 "일본에서 선수단 사찰과 관련해서는 전혀 들어본 일이 없다"면서 "미국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롯데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일은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본 역시 선수노조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기자는 "일본 선수노조도 공식 단체인 데다 리그 파업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힘이 세다"면서 "불법 사찰 문제가 터진다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협은 재발 방지와 규약 개정 등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안이 중대해진 만큼 조금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간다는 것이나 롯데 선수단의 자체 해결에 맡기는 모양새다.
KBO로서도 이번 사태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워낙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만큼 징계 등의 규정도 없다"고 황당해 하면서 "만약 품위 손상으로 징계를 내릴 수는 있겠으나 이미 구단 사장, 단장이 사의를 밝힌 상황이라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전매미문의 선수 불법 사찰 사태가 벌어진 롯데. 과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또 프로야구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