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에 혜택 편중된 법인세 인하가 세수 기반 약화시켜
4일 국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야권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인하했던 법인세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과는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법인세를 줄이면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왜 인정하지 않느냐"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법인세 정상화(인상)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국세청의 법인세 신고자료를 분석해 보면, 법인세 인하가 세입 기반만 축소시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기업소득은 2004년에 비해 80조 늘면서 법인세액도 15조 7,000억이 증가했다. 기업 감세 이후는 상황이 바뀐다. 지난해 기업소득은 2008년에 비해 45조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액은 오히려 5,000억 원이 줄었다. 2008년에 18.7%였던 실효세율이 매년 조금씩 떨어져 12.3%까지 왔기 때문이다.
◈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한시적 인상 필요성"
법인세 인하가 세수부족과 적자재정을 정면으로 가리키고 있다 보니, 정부와 함께 '법인세 인상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여당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인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국민들은 소득세로, 공무원은 연금개혁 차원에서 고통을 나누고 있는 만큼 기업도 함께 한다는 차원"이라며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야당 주장처럼 법인세율을 복원(22→25%)하기보다는 한시적으로 1~2% 점진적으로 높여야 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새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기대했던 효과들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었다. 그는 당시 "법인세율을 낮춰주면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근로자 임금 인상에 나서는 등 선순환 구조가 일어날 줄 알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법인세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최 부총리는 법인세 인상 대신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들고 나왔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그러나 실제 수혜자는 고액 자산가에 한정된다는 지적을 여야를 막론해 받고 있는 중이다.
◈ 2008년 법인세 인하 당시 여당 기재위 간사였던 최 부총리 "정치적 이유도"
최 부총리는 4일 국회에서도 법인세 인하책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100%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역대 정부 어디서도 법인세를 올린 적이 없고 지구 상 어느 나라도 법인세를 올린 나라는 없다"며 법인세 인상에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2008년 법인세 인하 결정 당시 최 부총리가 여당 기재위 간사였다는 점과 야당이 법인세 인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자신이 틀렸고 야당이 맞다고 인정하는 셈이 된다"며 "정치적인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법인세 인하에 대기업 감면 혜택, 기업들의 낮은 사회보장기여금까지 작용해 기업들이 실제 내는 세금인 실효세율은 OECD 회원국들 가운데 낮은 수준"이라며 "법인세 인하가 목표했던 정책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 효과가 의심스러운 기업환류소득세제 대신 법인세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