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 건물 입구마다 강의실에 있던 책상과 의자 등 집기류가 쌓여있었다. 일부 건물 출입문은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고, 또 다른 건물 입구에는 김윤배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총학생회 측은 각 단과대 입구에서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총학생회는 "오늘 수업 없어요. 김 총장이 퇴진하거나 교육부가 특별감사를 벌이면 정상수업합니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수업거부 결의 사실을 알지 못하고 등교했다가 발걸음을 돌린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경제학과 2학년 A(23)씨는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아 수업거부가 시작된 걸 몰랐다"라며 "1교시 수업이어서 서둘러 준비하고 나왔는데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경영학과 2학년 B(23)씨도 "교수 재량으로 강의한다고 해 등교했는데 아예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서관에서 밀린 과제를 처리해야겠다"고 멋쩍어했다.
수업시간에 늦었다는 듯 서둘러 뛰어오던 여학생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의 남학생 무리도 한동안 건물 주변을 맴돌다가 돌아섰다.
반면 인문대학에서는 외부 강사를 초청한 실습수업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건물 입구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기다리던 한 교수는 "목판인쇄 분야의 장인을 초청한 상태여서 부득이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라며 "수강생 55명에게 문자를 보내 정상수업한다고 연락해놨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학생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강의실 밖에서 열리는 야외수업이나 보충수업, 일부 실습 강의는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실행할 것으로 관측됐던 본관 점거는 없었다. 행정업무 마비로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민준 부총학생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다수의 학생이 수업거부 사실을 알고 등교하지 않았다"라며 "학생 유동인구는 평소의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거부 첫날이어서 시행착오도 있었다"며 "앞으로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인근 편의점과 식당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업주는 "당장 다음 주가 '빼빼로 데이'인데 대목을 놓치게 생겼다"라며 "오늘 손님이 갑자기 큰 폭으로 줄었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주는 "학생들이 학교에 많이 나오지 않을 겉 같아 음식을 조금만 준비했다"며 "학교가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대 총학생회는 지난 3일 벌인 수업거부 찬반투표에서 전체 7천800명 중 77.6%가 찬성표를 던지가 즉각 수업거부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총학생회와 총동문회, 교수회, 노동조합으로 결정된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는 이 학교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총장의 퇴진을 촉구해 왔다.
범비대위는 이날 밤 총회를 열어 수업거부 투쟁 방향과 김 총장 압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