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가요계에 따르면 고인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후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에 안치된다.
지난달 31일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신해철의 영결식이 열린 뒤 곧바로 화장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승철, 싸이, 윤종신 등 동료 가수들이 사인을 확인해야 한다며 유족에 부검을 요청해 결국 장례 절차는 중단됐다.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고 신해철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지금까지 약 2만여 명에 달한다.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직징인과 가정주부 등 1990년대 청춘을 보낸 3040세대들의 조문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는 "그와 90년대를 함께 살아온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그와 함께 세상이 달라지길 꿈꿨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으로 상실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음악천재 신해철...그의 음악세계는?
그는 서태지와 더불어 90년대의 아이콘이었다. 88년 대학가요제 대상곡 '그대에게'는 X세대를 알리는 팡파르였다.
지금의 3040세대들은 그와 함께 웃고 울며 때론 분노하면서 함께 성장했다.
특히 신해철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여러 장르에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의 이름을 올린 선구자였다.
그는 애니메이션 OST에 참여했으며 게임음악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는 넥스트를 결성해 1993년 '도시인' '인형의 기사' 등을 담은 1집을 발표했다.
넥스크 2집에서는 헤비메탈을 선보여 한국 대중음악계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후 넥스트 4집까지 신해철은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 아트록, 오페라록 등 장르를 넘나드는 모험을 이어갔다.
한동안 정규 앨범을 내놓지 않은 신해철은 재즈 풍의 작품 정규 5집 '더 송스 포 더 원(The Songs For the One)' 이후 7개월 만인 지난 6월 정규 6집인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를 발표했다.
신해철은 'A.D.D.a'를 통해 "생긴 대로, 하던 대로, 살던 대로, 지가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목청을 돋웠다.
타이틀곡 '단 하나의 약속'을 통해서는 "제발 아프지 말아요"라고 당부했다.
오랜 투병생활을 한 아내에게 주려고 10년 넘게 묵혔던 곡이라지만 병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따뜻한 위로이기도 하다.
'마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신해철. 그는 선구적인 음악 행보뿐 아니라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특유의 입담으로도 화제를 몰고 다녔다.
정치·사회·문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이슈를 꼬집는 '쾌변 독설'로 때론 찬사를, 거침없는 발언으로 때론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해철은 특히 대중음악에 대한 공권력의 일체의 간섭이나 통제움직임을 거부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08년 12월 18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동방신기와 비의 노래를 유해매체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 자체를 유해장소로 지정하고 뉴스를 차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국회 역시 19금이다."이라고 일갈했다.
2009년 6월 22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헌정공연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을 우리가 구하지 않았다는 죄의식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무현의 죽음은 민주주의를 되돌리는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5일 tvN 'SNL 코리아'에 호스트로 출연해서는 자신의 운명을 예견이라도 한 듯 시청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여러분이 나를 못 본 사이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들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딸이 아홉 살, 아들이 일곱 살 때 들려주던 이야기로 스무 살 때도 들려주고 싶다. 공부 못 하고 돈을 못 벌어도 좋으니 아프지만 마라. 어떻게 해도 좋으니 아프지만 마세요."
신해철의 유족으로는 아내 윤원희 씨와 1남 1녀가 있다. 그는 2011년 7월 케이블 MBC 에브리원 ‘부엉이 시즌 2’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영상 유언장을 남긴 바 있다.
당시 신해철은 "만약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 다하고 떠나게 될 것을 두려워 하는 남자가 남기는 이야기 편지, 내 유언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안 친척 중 급사한 분들이 몇 있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분은 가족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못한다"며 영상 유언장을 남긴 이유를 밝혔다.
신해철은 유언장에 "결혼 전 자살충동의 경향이 굉장히 센 편이여서 조절하는 훈련이나 치료를 받았는데 아이들이 생기고 부터는 너무 행복해서 저절로 치유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남편이 되고 싶고 당신의 아들, 엄마, 오빠, 강아지 그 무엇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라며 아내 윤원희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담담히 풀어내 많은 이들의 심금울 울렸다.
@ 영면에 들어가는 신해철...그러나 남겨진 숙제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최영식 소장은 이날 부검을 마친 뒤 1차 소견 발표를 통해 "신해철 씨 심낭에서 0.3㎝ 가량의 천공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소장 내 천공과는 다른 장기 천공이다.
이어 최 소장은 "천공 발생 이유로 (장협착) 수술에 따른 '의인성 손상'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여 의료사고 가능성을 암시했다.
신해철 측도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자 법적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신해철 측 관계자는 3일 CBS노컷뉴스에 "1차 부검 결과로 (위축소술을 하지 않았다는) 병원의 거짓말은 입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제기한 의료사고 가능성 부분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높다고 결과가 나왔다. 국과수도 어느 정도 확신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발표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의료사고와 업무상 과실치사 부분 입증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혀 단호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천재음악가이자 사랑스런 남편 또 정겨운 아빠이기도 했던 신해철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우리 사회가 진심으로 애도하는 길은 '그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명명백백히 밝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