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투타의 균형이 강점이고, 넥센은 가공할 방망이가 앞선다. 삼성은 올해 정규리그 팀 타율 1위(3할1리)에 평균자책점(ERA) 2위(4.52)를 찍었다. 넥센은 팀 ERA는 5.25로 5위였으나 팀 홈런 1위(199개), 팀 득점 1위(841개)를 달렸다.
특히 넥센의 장타력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3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이룩한 박병호(52홈런, 124타점), 유격수 최초 4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강정호(40홈런, 117타점)는 리그 최강의 거포들이다.
여기에 이택근(21홈런), 유한준(20홈런), 이성열(14홈런), 김민성(12홈런) 등 일발장타를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다. 넥센은 LG와 플레이오프(PO)에서도 홈런 수에서 6-1로 앞서며 3승1패로 시리즈를 가져올 수 있었다.
▲"최대한 홈런 안 맞아야" 과연 그럴까
삼성으로서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류중일 감독도 3일 KS 미디어데이에서 "최대한 홈런을 맞지 않아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삼성이 과연 상대의 홈런포에 떨어야 하는 것일까. 과거 전적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연속 통합 정상에 오른 최근 3년 동안 KS에서 삼성은 홈런에서 앞선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백중세거나 열세였다.
연속 우승의 시발점이던 2011년 삼성은 SK와 KS를 4승1패로 가져갔다. 홈런 수는 3-3으로 같았다. 1, 2차전 승리의 힘은 강력한 불펜이었다. 홈런은 나오지 않았고 차우찬, 권오준이 각각 구원승을 올렸다. 마무리는 오승환(한신)의 연속 세이브였다.
삼성이 홈런으로 경기를 내준 것은 3차전뿐이었다. 박재상, 최동수에서 솔로포를 내주고 1-2로 졌다. 그러나 4차전은 신명철(kt), 최형우의 홈런으로 되갚았고, 5차전은 강봉규의 결승포로 이겼다.
홈런이 승부를 가른 듯 보이나 결정적 요인은 마운드의 우위였다. 당시 정규리그에서 SK는 팀 홈런 3위(100개), 삼성은 4위(95개)로 뒤졌다. 그러나 팀 ERA는 1위(3.35)로 2위(3.59)인 SK에 앞섰다.
▲홈런 양이 아니리 질이 문제…마운드가 받쳐줘야
이후 2년 동안 KS에서 삼성은 홈런이 완연히 열세로 돌아섰다. 2012년 역시 상대는 SK였는데 삼성은 4-6으로 홈런 수에서 뒤졌다. 그러나 KS는 4승2패로 이겼다. 그해 SK는 팀 홈런 1위(108개), 삼성은 3위(89개였다. 역시 팀 ERA 1위(3.39)로, 4위(3.82) SK에 앞섰다.
다만 삼성의 홈런은 영양가가 높았다. 1차전 이승엽의 투런 결승포, 2차전 최형우의 만루포가 결정적이었다. 삼성은 3, 4차전을 6개 홈런을 쏟아낸 SK에 내줬다. 그러나 5차전을 홈런 없이 2-1로 이겼고, 6차전은 박석민의 축포 속에 7-0 완승으로 우승을 장식했다.
물론 홈런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한방으로 흐름을 가져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러나 홈런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삼성의 KS가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넥센은 분명히 장타력에서 삼성을 앞선다. 리그 유일의 5할대 장타율(.509)이다. 하지만 삼성도 이승엽(32개), 나바로(31개), 최형우(30개) 등 30홈런 타자 3명에 박석민(27개)도 버티고 있다. 두 팀 모두 여차하면 터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홈런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특히 마운드가 버텨내줘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홈런을 많이 때려도 투수진이 실점하면 도루묵이다. 두 팀이 KS 우승을 위해 명심할 부분이다. 3연속 통합 우승을 이끈 류 감독은 "정규리그 성적보다 단기전은 투수력 싸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