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 상임고문은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의 측근들이 '반 총장이 훌륭한 인물이고 국가적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 당에서 영입해줬으면 하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 고문은 '출마 의사 타진에 반 총장 뜻도 담겨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 분이 본인과 상당히 가까운 측근이란 것은 확실하다. 6개월 전에 그런 말을 들었고 최근에는 반 총장과 가까운 또 다른 사람도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 사무총장은 직업 외교관으로서 커리어가 충분히 쌓여 있고 또 하나는 사람이 온건하고 세계적인 지도자로 우뚝 서 있어서 우리 국가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며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권 고문은 특히 최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모임에서 반 총장을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한 데 대해 "여권에서 이야기하는 건 이해를 못하겠다. 이미 여당은 안 가겠다는 게 그분들(측근들) 얘기"라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의 '반기문 대망론'을 반박하며 '우리쪽 사람'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반 총장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보좌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반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사람 아니냐. 출마한다면 아마 이쪽(새정치연합)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 고문은 다만 "우리가 (반 총장을) 영입해 경선을 시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야권에는 문재인·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이미 유력 후보군이 있는 만큼 반 총장이 영입되더라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노(비노무현) 진영 중심의 '반기문 영입론'에 대한 반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권 고문의 이날 발언에 대해 반 총장의 측근이라고 알려진 박준우 전 정무수석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말도 안 된다. 반 총장이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본인도 곤혹스러울 텐데 정치에 관심이 없다. 2016년 이후 크루즈여행이나 가야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결국 (정치를) 안 할 것이다. 나라를 위해서도 국제사회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다른 측면에서 기여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반 총장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차기 대권후보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39.1%의 지지를 얻어 박 시장(13.5%)과 문 의원(9.3%)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