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부잣집 삼성은 '가진 자의 여유'가 묻어나왔고, 창단 6년 만에 KS에 오른 넥센은 첫 도전의 패기와 지난해 실패의 절실함이 엿보였다.
삼성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정규리그와 KS를 3년 연속 제패했다. 만약 올해 KS도 우승하면 전인미답의 4년 연속 통합 정상이다. 해태(현 KIA)는 지난 1986~89년 KS 4연패를 했지만 정규리그는 아니었다.
현대의 뒤를 이어 2008년 리그에 합류한 넥센은 지난해 처음 포스트시즌(PS)에 나섰다. 그러나 두산과 준플레이오프(PO)에서 2승3패로 밀려 분루를 삼켜야 했다. 올해 절치부심 창단 첫 KS에 진출했고, 내친 김에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한두 번 해보나?" 여유만만 삼성
먼저 삼성은 자못 여유가 넘쳤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통합 4연패를 위해 정규리그 이후 보름여 동안 kt와 2번의 연습 경기, 또 자체 청백전 나름 준비 잘 했다"면서 "감동적인 명승부를 펼치겠다"고 특유의 거침없는 말투를 선보였다.
삼성 외야수 박한이도 "한국시리즈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큰 마음가짐은 없고 편안하게 즐기겠다"고 홀가분한 출사표를 던졌다. 박한이는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KS 출전이 꼭 10번째다.
필승 불펜 안지만도 "매년 해왔듯이 준비를 잘 했고 약간의 긴장감도 돈다"면서도 "긴장감이 약간 있는 게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정규리그 우승의) 여세를 몰아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한이는 "넥센과 LG의 PO를 보니 욕심을 내는 팀이 지더라"고 강조했다. "LG는 너무 잘 하려고 했고, 넥센은 차분하게 자기들의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베테랑다운 분석이었다. 이어 박한이는 "이번 KS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 실패 없다" 비장한 넥센
반면 넥센의 KS 키워드는 절실함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2009년부터 캐치프레이즈가 '포 더 챔피언'(For the Champion)이었는데 올해에야 도전할 전력도 갖췄다"면서 "기회는 항상 오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절실한 야구를 해서 꼭 좋은 결과 맺을 것"이라고 자못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주장 이택근 역시 "정말 긴 시간 끝에 KS에 왔다"면서 "우리 팀에는 힘들었던 선수,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이 있어 특별한 KS가 될 것 같고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간판 내야수 강정호도 "처음에 프로 왔을 때 이 팀에서 포스트시즌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지난해는 허무하게 끝나서 겨울에 독하게 훈련했고 올해는 정말 후회없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넥센 선수들은 사실 지난해 절실함 부족을 가을야구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둘은 "지난해는 긴장감을 덜기 위해 가을야구를 보너스 경기라 즐기면서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하지만 올해는 우승에 대한 갈망이 절실하다"고 다시금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넥센 선수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택근은 삼성이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준비를 했다는 말에 대해 "삼성이 경험 면에서 우위라면 우리는 겁없이 플레이로 맞서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여유와 약간의 긴장감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삼성과 절실함으로 중무장한 넥센. 과연 어느 팀이 최후에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