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은희 과장 "서울경찰청뿐만 아니라 경찰청도 수사에 개입" 주장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20일 “수사 당시 경찰청 관계자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가 와서 추궁과 주의를 받았다”며 “수사 내내 지속적으로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경찰 고위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국정원 직원) 김모 씨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침을 줬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을 통해 수사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추궁이나 주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일 국정원 직원에게 공직선거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자 “누가 판례 얘기를 했느냐”는 추궁을 받았고, 이틀 뒤 참고인의 존재가 드러났을 때는 경찰 상부로부터 주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권 과장은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재임하며 이번 사건의 수사 실무 책임을 맡고 있었지만 언론에서 잇따라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송파서로 전보된 바 있다.
수사의 축소ㆍ은폐를 지시하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주도했다는 서울경찰청에 이어 경찰청도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경찰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지휘부 티타임에서 관련 언론보도 내용을 공유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권 과장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했다. 경찰청은 “‘수사 중인 내용을 언론에 유출하지 말라’는 취지로 주의를 촉구하거나 실무자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질의한 적은 있지만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 경찰 내부도 우려 속에 술렁…야당은 검찰에 엄정 수사 촉구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에 치명상을 입힌 지난 2007년 한화그룹 경찰 로비사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당시 보복폭행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김승연 회장에 대한 수사 무마 시도로 경찰서장이 구속되고 서울경찰청장 등 수사 라인이 줄줄이 사표를 쓰거나 직위 해제됐다.
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난 2007년 재벌그룹 총수의 폭행사건에 이어 경찰수사의 공정성은 다시 한 번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는 글을 남겼다.
황 과장은 특히 “고위층의 부당한 수사개입을 뿌리뽑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부당한 수사개입은 반드시 세상에 밝혀지고 그 당사자는 회생불능의 파멸을 맞는다는 전례가 확립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국정원과 경찰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는 진실을 왜곡한 것은 물론 국가기관이 거듭 선거에 개입한 행위로 이제 국가 권력기관 국기문란사건으로 확대 규정해야 한다”며 “김기용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경찰 고위간부들의 행동이 과연 독자적인 판단이었는지 여부도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