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원혼 달래는 영화 '지슬' 관객 10만 넘어

개봉 22일 만…빼어난 영상·해학미에 더해진 인간미 호평

지슬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가 12일 누적관객수 10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22일 만이며, 우리나라 독립영화로는 2009년 12만 3000명이 본 '똥파리' 이후 4년 만이다.

지슬의 10만 관객 돌파는 제작비가 상업영화의 수십분의 1에 해당하는 2억 5000만 원, 상영관도 50~60개에 머문 열악한 환경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슬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등 4관왕에 오른데 이어 제2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이미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더욱이 영화계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 사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흥행에 남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4·3 사건은 해방 뒤 이념 분쟁이 극으로 치닫던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를 시작으로 이듬해 4월3일 발생한 봉기, 그로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 양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사망자만 3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흑백영화로서 빼어난 영상미와 해학미를 담은 이 영화의 배경은 1948년 11월 해안선 5㎞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여긴다는 소문을 듣고 양민들이 피난길에 오르는 제주다.

당시 한 동굴에 무작정 피신해 있던 주민들은 "설마 나라가 힘 없고 죄 없는 자신들을 죽이겠냐"며 동굴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챙기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 속에 굶고 있을 돼지가 걱정돼 마을에 내려갔다가 죽임을 당하는 주민의 안타까움이 있고, 동굴에 만삭의 아내 두고 도망쳐야 하는 남편의 절규가 있다.

굶주림에 지친 주민들이 지슬(감자의 제주도 말)을 조금씩 나눠 먹는 등 인간애가 녹아 있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다른 한편에는 '빨갱이'를 죽이다 인간백정이 된 군인, 명령 불복종으로 추운 겨울 발가벗겨진 채 밖에서 굶주리는 부하가 있다.

이렇듯 영화는 4·3 사건을 다뤘지만 주민들과 토벌군간 이분법적인 대결 구도보다, 당시를 살아내던 사람들의 모습 하나 하나를 보여 주며 인간애를 다루는 데 무게를 둔다.

이 영화가 4·3 사건 속 원혼들을 달래는 씻김굿 같은 영화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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