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청춘 자화상… 웃긴데 슬퍼"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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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길동의 한 커피숍에서 소설가 김용철(36)을 만난 때는 지난달 4일. 그 뒤 이런저런 특집에 밀려 인터뷰 기사를 내보낼 날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그에게 몇 차례 전하던 차,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뭐든지 밀리는 인생이네요. 책 나오기까지 이런저런 곡절이 있었던지라…. 밀리고 늦어지는 게 당연한 분위기랄까.' 꽤나 깊은 체념이 밴 그의 말은 이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의 좌절과도 맞닿아 있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김용철의 소설 데뷔작 '느닷없이 타임머신' 속 젊은이들도 각자의 처지에서 무엇인가에 밀리는 삶을 살고 있었다.

성훈 상태 동미 은철 혁제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달콤한 미래를 꿈꾸며 긴 고생을 자처하는 자들'이다.

어느날 성훈에게 자신의 필체로 쓰인 편지 한 통과 최신형 스마트폰이 든 택배가 배달된다.

미래의 성훈이 현재의 성훈에게 보냈다는 편지에는 그 스마트폰이 10년 뒤 미래를 볼 수 있는 타임머신이라고 적혀 있다.

아무도 이를 진짜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끌어안은 채 살다보니 말이다.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타임머신 쟁탈전이 시작되는데…. 이 작품은 쉽게 읽힌다.

320여 쪽 분량을 2, 3시간이면 독파할 수 있을 정도다.

작가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쉬운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만큼 오랜 습작이 필요하다.

"쉽게 쓰는 게 아니라 어렵게 쓰는 법을 몰라서 그래요. 어렵게 쓰면 쓴 사람조차 잘 모르지 않을까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재미라고 생각해요. 재미는 작품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해 공감을 이끌어내잖아요. 각자의 입장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똑같은 메시지를 주더라도 쉽고 재밌게 쓰는 것을 선호해요. 무조건 재밌게 쓰려고 노력하는 이유죠." 그의 첫 소설이 합격점을 받은 데는 시나리오 작가라는 이력이 큰 몫을 했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영화들을 볼 때마다 '저런 건 나도 쓰겠다'라는 조금은 건방진 마음으로 들어선 길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시나리오 작가 등용문인 시나리오 마켓에 올린 작품으로 최우수상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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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려고 누우면 재밌는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는 거예요. 좋은 영화를 볼 때는 질투도 났어요. 6, 7년 전 시나리오 마켓에 첫 작품을 올렸죠. 결혼을 안 하기로 결의한 남자들이 서로의 사랑에 훼방을 놓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코미디였어요. 당시 마켓에는 시나리오가 한 달에 150여 편씩 올라왔는데 여러 곳에서 계약하자고 연락이 오는 거예요. 신기했죠. 소질이 있다고 느낄 수밖에요." 소설 느닷없이 타임머신도 원래는 불안한 미래 탓에 고단하고 우울한 삶을 사는 평범한 20, 30대의 모습을 코믹하게 다룬 시나리오였다.

2011년 말 출판사로부터 소설로 고쳐 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고, 이듬해 초 원고를 넘겨 올해 책으로 나온 것이다.

작품 속 공간이 고시원 등으로 한정되고 스마트폰을 타임머신으로 설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말 재밌는 블록버스터급 시나리오를 쓴다 해도 신인 작가에게 모험을 걸 투자자는 없죠. 그래서 시나리오를 쓸 때 눈치를 보며 예산까지 고려합니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거죠. 스마트폰을 타임머신으로 정한 것도 핸드폰 회사의 스폰서를 따내기 위해서였죠. (웃음)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는 한 번 꼭 다루고 싶었어요. 대신 독자들은 물론 저도 전문지식을 이해하기 어려우니 시간 여행 장치라는 개념만 알면 되는 수준에서 활용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떠안고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부각시켜 주는 도구인 셈이죠." 김용철은 전문적인 작가 수업을 받지 않았다.

스스로도 "글쓰기에 취미가 있던 것이 아니"라고 했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어요. 과 톱을 해 장학금도 받았죠. 졸업할 무렵 사회를 둘러보니 일할 곳이 별로 없었어요. 붐처럼 환경공학과가 각광을 받았지만 실상은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던 거죠. 전공을 살릴 생각도 안 했어요. 2003년 졸업하고 2, 3년 동안 레이싱 팀에서 스텝으로 일했죠. 그땐 마냥 자동차가 좋았어요. 제일 낮은 클래스이기는 했지만 재밌었죠. 팀은 결국 해체됐는데 그 시기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때와 묘하게 겹쳤고요. 대학 때까지는 독서량이 상당했는데 그 단어, 문장들이 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거죠." 그 역시 느닷없이 타임머신의 인물들처럼 불안한 미래 탓에 때때로 숨이 막히는 한 젊은이다.

작가의 말에서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 시간은 웅덩이에 괸 물처럼 정체되어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것 같았다'라고 썼을 만큼 절박하다.

"첫 소설은 재밌게 썼지만 알고 보면 우울하고 서글픈 내용이에요. 더 행복하거나 더 불행한 시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소설 속 성훈처럼 경제적으로는 모든 걸 다 가졌지만 행복하지 않은 경우도 있죠. 저 역시 경제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이걸 계속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죠. 굴곡 없이 항상 바닥에서 ●고 있었어요. 결국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이 중요한 듯해요. 버티는 사람이 남는 겁니다.

못 버텼으면 책 낼 일도 없었겠죠. 누군가의 꿈이 이뤄진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제가 버티고 제 꿈을 고집하는 사이 부모님이든 누구든 희생하고 있죠. 그들의 희생을 보상해 줘야 합니다.

뻔뻔하게 꿈을 이룰 생각을 가졌다면 확실하게 갚아 줄 생각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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