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부르자마자 반전이란 말 많이 들어요”, “힙합을 할 것처럼 생겼데요”, 이젠 익숙하다는 듯 여유롭게 웃으면서 주변의 여러 반응들을 나열했다.
‘마초적인’ 생김과는 달리 때론 댓글까지 챙겨본다. 한 번은 이런 말도 있었다. ‘드라마 OST 듣고 얼굴이 정말 궁금했는데 이건 아니잖아요’. 길구봉구는 본인들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격한 반응에 기분나빠하기보다 재미있다며 연신 웃었다.
그렇다. 길구봉구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옥탑방 왕세자’ 등 드라마 OST로 목소리를 알렸다. 그 감미로움과 호소력에 매료된 이들이라면 길구봉구의 첫인상은 배신이었을 지도. 거친 창법의 길구와 미성의 봉구의 조화가 그만큼 좋다는 얘기다.
“심지어 봉구가 린 선배님이랑 부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OST가 있는데 ‘어떻게 여자 이름을 봉구라고 지었냐’는 댓글도 있었어요”
폭발적인 가창력에 감미로움까지 곁들여진 이들의 데뷔곡 ‘미칠 것 같아’를 들으면 ‘길구봉구’라는 팀명이 더 어색하다. 하지만 진솔한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에서 본명을 그대로 썼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들의 목소리는 이름을 내걸 정도의 가치가 있다.
길구봉구는 이미 인순이, 백지영, 하동균, 김태우 등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을 정도다. 불운들이 겹치며 데뷔는 다소 늦었지만 이 바닥에서 잔뼈 굵은 실력파였던 것. 백지영은 이들에게 직접 같은 소속사로 올 것을 권했다.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몸담았던 회사 사장이 투자금을 갖고 종적을 감추기도 했다. 음악 성향이나 성격이 잘 맞았던 것도 있지만 시련은 이들을 더 끈끈하게 해줬다.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싸우기라도 해서 헤어지면 마지막 하나까지 잃는 거니까요”
운명 같은 첫 만남이 시작된 것처럼 목소리 궁합도 잘 맞는다. 두꺼운 톤에 애잔한 목소리의 길구와 여자 음역대의 섹시한 미성을 지닌 봉구의 조합은 처절한 슬픔을 더욱 극대화한다. 굳이 현란한 애드리브나 테크닉을 구사하지 않아도 감정표현에 부족함이 없다.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좌표는 확실하다. 아직 욕심을 내진 않는다고 했지만 꽤 완성도 높은 자작곡만으로 정규앨범을 채울 정도고 음악관도 뚜렷하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 해 한 해 지날 때마다 달라지는 게 있거든요. 가창력이 아닌 인생에서 묻어나는 깊이랄까. 그거면 됐죠 뭐(웃음) 앞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듣는 사람들을 기쁘게도, 때론 울릴 수도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한 시간 조금 넘게 대화를 마친 뒤 길구봉구의 더 큰 ‘반전매력’을 찾았다. 길구는 누가 쳐다만 봐도 방긋 웃는 ‘자체 귀요미’고, 봉구는 눈웃음이 매력적인 ‘섹시남’이다. 이후 다시 들은 길구봉구의 음악은 다소 거친 듯했던 비주얼과 묘하게 맞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