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마음의 병'으로 진단받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심리적 우울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노년기 우울증'의 특성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발견이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우울증이지만 우울증처럼 보이지 않는 것."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고효진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말하는 노년기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이다. 증세가 정신적인 부분보다 '몸의 변화'로 위장돼 나타난다는 것.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겨 가족과 본인조차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내과와 신경과 등을 전전하다 뒤늦게 우울증 판정을 받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고 교수의 설명이다.
노년기 우울증의 또 다른 특징은 '가짜 치매'다.
실제 뇌기능에는 문제가 없는데도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마치 치매처럼 보이는 것.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우울증으로 보이지 않아 진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이 노년기 우울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유다.
실제 노년기 우울증은 충청권에서만 5년 새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병·의원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80대 이상 환자 수는 3,357명으로 지난 2008년의 2배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70대 역시 61% 늘면서 전체 우울증 환자 증가폭(28.6%)을 크게 웃돌았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특성상 숨겨진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치된 노년기 우울증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노인 자살'과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충남의 노인 자살률은 지난 2011년 10만 명당 127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고효진 교수는 "노년층의 경우 약물 부작용 등에 취약해 정신치료와 운동이 특히 중요하다"며 "재발률이 높은 만큼 최소 6개월~1년 가량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