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조인성 "혜교와 다음 작품도…"

[노컷인터뷰]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조인성 인터뷰

2013년 늦겨울과 이른 봄, 여성 시청자들은 두 달간 ‘오수 앓이’에 빠졌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의 조인성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그 겨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몸짓, 대사, 눈물 하나하나에 여심은 요동쳤고, 조인성이라는 배우를 대한민국 최고의 비주얼과 연기력을 갖춘 스타로 칭송했다. 실제로 군 제대 후 ‘그 겨울’로 컴백한 조인성은 한층 더 성숙해진 외모와 농익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조인성은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젠틀한 성격과 깊은 눈빛은 여기자들은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고, ‘그 겨울’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놨다.

시청자의 눈물을 쏙 빼놓은 ‘그 겨울’을 마친 조인성은 심경은 어떨까. 그는 “드라마가 끝나고 다음날 눈물이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송혜교도 그렇고, 모든 배우들이 종방연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드라마 종방연 마치고 다음날 눈물이 많이 나더라. 노희경 작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울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웃음) 작가님도 아무 말 안하고 조용히 눈물을 받아주면서 ‘연기 좀 대충 하지 그랬니’라고 하더라.(웃음) 송혜교도 아마 나와 같은 기분일테고, 김범도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엉엉 울었다. 반년의 시간을 ‘그 겨울’에 투자했기 때문에 방송이 끝나고 나니 어색함에서 오는 허탈함 같은 게 있다.”

노희경 작가의 대본은 인간의 내면 심리를 정확히 집어내 표현한다. 노 작가와 함께 작품을 한 배우들이라면 누구라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조인성 역시 대본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지만, 노 작가에 대한 믿음은 강했다.


“함께 작품을 하고보니 노 작가님이 괜히 ‘대가’라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노 작가님이 쓰신 ‘거짓말’이라는 작품을 본 적 있다. 그런데 내가 커서 노 작가님과 작업을 하게 돼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다. 주변에서도 많이 격려를 해줬다. 실제로 노 작가님을 만나 뵈니깐 이미 나의 출연작을 모두 보셨고, (내 의견을) 잘 들어주시더라. 드라마는 공동 작업이라는 것을 항상 상기시켜주셨다.”

‘그 겨울’은 반(半)사전제작 드라마다. 쪽대본이나 생방송 촬영 없이 여유 있는 환경이기에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냈다. 후반작업이나 보충 촬영을 통해 극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그 겨울’은 반사전제작 드라마다보니 영화와 다르게 묘한 매력이 있더라. 만족하지 못하면 재촬영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가능했다. 반면 현재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이런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조인성은 지난 2011년 5월 전역했다.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영화 ‘권법’을 택했으나 촬영이 지연되면서 ‘그 겨울’을 복귀작을 택했다. ‘봄날’ 이후 8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조인성은 한층 더 성숙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사실 오랜 기간 쉬었다 복귀하면 어색함이 있다. 처음에 ‘그 겨울’ 1부 내 분량을 정신없이 촬영하고 모니터 했는데 작가님이 ‘어색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좋았다’고 하더라. 어색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 건 사실이다.(웃음) 연극하듯이 커트 신경 쓰지 않고 움직였고, 이를 감독님이 잘 만져준 것 같다.”

오랜 공백 후 복귀는 조인성을 성숙하게 만들었다. 30대로 접어든 그의 연기는 20대 시절보다 힘이 느껴졌다.

“나이를 먹으니 장점도 있다. 젊은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신선함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젊은 배우들과) 다르게 보여 졌다는 것은 나이에서 비롯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의 흔적, 힘이 어린 친구들과는 다르게 보인 것 같다.”

‘그 겨울’은 조인성을 성숙하게 만들었지만, 사실 군 제대 직후 ‘한물 갔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조인성은 그 이유로 뜸한 작품 활동을 꼽았다.

“다행히 ‘그 겨울’로 조금 회복하지 않았나 싶다.(웃음) (내가 한물이 갔다는 평가는) 보는 사람들의 관점이고 그들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작품이 오래된 것 같고 새로운 이미지를 상시키길 작품이 없으니까 그런 말들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군대에서) 2년 동안 땅 파고 작업하는 했던 것도 그런 평가를 듣는 원인인 것 같다.(웃음) 그러나 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새로운) 작품을 통해 보여주면 대중이 그 모습을 좋아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인성은 제대 후 연기 연습에 몰두했다.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 그의 성실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작품 선택하고 나면 무조건 (연기선생님을) 만났다. 함께 대본을 읽어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연기선생님이 호흡을 맞춰줬다. 하루에 네 시간씩 만났다. 작가님과 리딩하고 어색하다 싶으면 다시 (연기선생님과 만나) 얘기하고 그랬던 것 같다. 어색하기 싫어서 연습량을 늘렸다. 혼자 볼 때는 연기가 잘 되는 것 같지만, 막상 대본을 펴고 읽으면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지도 몰랐다. 내 연기 색깔이 어떤지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패닉이 올 정도였다.”

조인성은 인터뷰 내내 호쾌한 웃음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그만큼 그의 실제 성격은 드라마와는 다르게 밝고 유쾌하다. 그렇지만 시트콤 이후 아직까지 발랄한(?) 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

“발랄한 느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하게 된다면 과부화가 걸린다. 내가 가진 발랄함이 캐릭터에 잘 스며들면, 캐릭터가 다채로워 보이고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나 ‘비열한 거리’나 ‘그 겨울’도 의외의 (코믹한) 코드가 들어간다. 그런 것들이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고 다가가기 쉽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 겨울’은 극 중 오수(조인성 분)와 오영(송혜교 분)의 재회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들이 만나는 장면은 유난히 몽환적으로 그려져 일각에서는 꿈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좀 더 극적으로 상황을 표현한 일종의 장치다. “‘그 겨울’은 처음부터 해피엔딩이었다. (몽환적으로 보인 것은)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두 사람이 동화 속 같은 곳에서 사랑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에 오영이 내 눈을 보는 순간이 있다. 그때 찌릿하더라. 지금껏 연기하면서 오영과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조인성과 송혜교는 오랜 친구사이다. 그러나 작품으로 만난 건 이번 ‘그 겨울’이 처음. 두 사람의 호흡은 완벽에 가까웠고, 조인성 역시 만족해했다.

“송혜교에게 완전 고맙다.(웃음) 연기선생님 말로는 혜교가 연기를 잘 해줬기 때문에 내가 그만큼 했다고 하더라. 반대로 혜교 입장도 그렇다고 했다. 혜교와 나는 앙상블이 잘 이루어진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호흡을 맞추고 싶은데 ‘그 겨울’을 잊고 우리를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든다. 잔상이 지워지지 않으면 보는 데에도 껄끄러움이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을 잊어 준다면 또 만날 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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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은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겨울’ 열풍에 힘입어 많은 패러디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한 마지막 회는 15.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었다.

“우리도 아쉽다. 근데 어떡하겠냐.(웃음) 화제성을 만들어주고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드라마를 열심히 만들고 잘 하려고 하지만, (기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체감시청률은 높은 편이어서 현장에서 모두들 힘을 냈다.”

조인성에게 ‘그 겨울’은 어떤 의미일까. 오랜 고민 끝에 그가 털어놨다.

“생각만 하면 맘이 아프다. 과연 잊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마지막 방송 때까지 괜찮았다. 어제(4일) 일어났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연기적으로 성장시켜준 작품,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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