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른 오종상씨 등 6명이 2010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 만이다.
헌재는 이날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창설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오씨 등이 제기한 대통령 긴급조치 1·2·9호의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긴급조치 1·2호에 대해 "집권세력에 정치적 반대 의사 표시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고 국가 안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의 핵심적 보장영역 안에 있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해석했고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침해하는 등 모든 면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해서도 "주권자의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은 당연히 유신헌법의 문제점을 주장하고 청원할 수 있는데 이를 금지하는 긴급조치 9호는 국민주권주의에 비춰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헌재는 유신헌법 53조에 대해서는 "긴급조치 발동을 위한 근거일뿐이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의의도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심판받기 위한 것이므로 유신헌법 53조는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정권인 제4공화국(1972년)에서 선포된 유신헌법 53조는 '대통령이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이를 근거로 긴급조치가 잇달아 발동됐다.
박정희 74년 법원의 영장 없이 인신구속을 가능하게 하는 긴급조치 1호와 긴급조치 위반자를 비상군법회의에 회부하는 긴급조치 2호를 발동했다.
75년에는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유사시 군 병력을 출동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됐다. 이들 긴급조치는 79년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유지됐다.
대법원은 2010년 오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 판단을 내려 헌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오씨는 74년 버스에서 만난 여고생에게 정부를 비판하는 말을 했다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비상군법회에 회부됐고 대법원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