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망 어린이집 믿고 맡겼는데…

소변·배변 기저귀 바닥 나뒹굴어도 나몰라라

전국 체인망이라서 믿고 등록했다가 뒤늦게 한숨만 쉬고 있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보통 프랜차이즈라고 하면 어느 정도 보장된 품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게 되지만, 2살 미만의 영유아를 맡고 있는 한 프랜차이즈 어린이집 상황을 보면 이같은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 듯 하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수진(30·가명)씨는 지난 4일 한 프랜차이즈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러 갔다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사정이 있어 오전 11시쯤 방문한 어린이집은 전혀 뜻밖의 상황을 보여줬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바닥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기저귀가 펼쳐져 있었고, 그 안에는 아이들의 소변과 배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또 기저귀 옆에는 소변과 배변을 닦은 휴지가 함께 널브러져 있었다.

아이들은 그런 휴지와 기저귀를 밟고 다니고 있었지만, 어린이집 교사들은 이같은 상황을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김 씨는 "11시에 갔는데도 정리정돈이 안 돼 있더라구요. 놀이방에 아이들의 배변이 그대로 묻어있는 기저귀가 널브러져 있었고 아이들이 그걸 밟고 지나가도 선생님들은 신경도 안쓰더라구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옆 교실 사정은 더 가관이었다.

두 돌 전후인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길래 유심히 살펴봤더니 모두들 교사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그만 화면 속 애니메이션을 놓칠세라 한쪽 벽에 다닥다닥 붙어 서로 경쟁하듯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김 씨는 "'상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선생님은 오히려 '부모들도 다 이렇게 하는데 뭐가 잘못이냐'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얘기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해당 프랜차이즈 어린이집의 학부모 피해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프랜차이즈 홈페이지에는 ▲어린이집 운전기사가 아기를 무릎에 앉힌 채 운전을 했다 ▲아기를 맡긴 지 2주가 넘었는데 제대로 된 시설은커녕 선생님도 구하지 못해 제대로 된 교육을 못하고 있다 ▲7개월 된 아기 변에서 물티슈와 사탕 껍질이 발견됐다 ▲아기를 데려오면서 입에 오물거려 확인해 봤더니 입 안에 빨대 껍질이 들어있었다 ▲교사가 자주 바뀌어 아기가 혼란스러워한다 등 가지각색의 불만사례가 접수돼 있었다.

전국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어린이집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학부모들은 토로했다.

실제 취재진이 서울 지역 해당 프랜차이즈 어린이집을 무작위로 골라 5곳을 찾아가 살펴본 결과, 2곳에서는 아이들을 바닥에 눕힌 채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기저귀 갈이대가 있었음에도 교사의 편의를 위해 바닥에서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또 한 곳에서는 가정집을 개조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은 위험해 보였다.

계단 사이의 간격이 높아 아이들이 오르내리기엔 너무 가팔라 보였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교사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르락내리락하니 문제 될 게 없다고 설명했지만, 학부모의 불안감을 없애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대해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 측은 "개별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에 대한 인성 교육과 함께 시설 관리도 수시로 진행하는 등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신동진 기자 sdjinn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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