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3시 10분께 전북 부안군 계화면 이모 씨(84)의 집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났다. 불은 이씨의 집과 가재도구를 모두 태우고 30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신고를 한 이웃주민은 "쑥을 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펑, 펑'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불이 크게 번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 시각,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가족과 함께 계화면 부친의 집으로 차를 몰고 가던 진순석 씨(37.충남 당진군)도 불이 크게 번진 상황을 보고 화재현장으로 차를 돌렸다.
부인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 앞에 도착하자 이웃주민은 "집 안에 사람이 있어요."라고 절규했다. 들어가려 했지만, 집 앞문은 이미 검은 연기가 에워싼 상황.
진씨는 집 뒤쪽으로 달려가 항아리로 뒷문 유리창을 깨고 집안에 들어갔다. 거실에는 이씨 부자가 대피할 생각도 못한 채 앉아 있었다. 진씨는 간신히 부자를 집 밖으로 끌어냈다.
이씨는 여든을 넘겨 연로하고, 아들(39)은 정신지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큰 변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었다.
구조과정에서 진씨는 팔꿈치를 다쳤고 매캐한 연기를 꽤 마셨지만, 병원치료를 받을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진씨는 CBS와의 통화에서 "불이 크게 났는데 사람이 안에 있다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며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서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한 진씨에 대해 포상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