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상중, 손현주 등 꽃중년 남성배우들이 활약이 두드러졌다면 올해엔 꽃중년 여배우들이 브라운관을 사로잡는 양상이다. 김혜수, 김성령, 오연수, 고현정, 김남주, 황신혜, 채시라 등은 40대를 훌쩍 넘어섰지만 변함없는 미모와 절정의 연기력으로 여전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나이 43세인 배우 김혜수는 최근 KBS 새 월화드라마 '파견의 품격'(가제)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20대 못지 않은 외모와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은 여전하다.
KBS 2TV '아이리스2'에서 NSS 부국장 최민으로 활약하고 있는 오연수는 두 아이의 엄마인 40대 여성이다. 극중 NSS, 아이리스 여성 요원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중년의 원숙미로 젊은 여배우들에게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령도 빼 놓을 수 없다. SBS 월화드라마 '야왕'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성령은 올해로 46세다. 그렇지만 1988년 미스코리아 진 당선시절 보다 더 완벽한 몸매와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작품 속에서 매력을 뽐내고 있다. 게다가 지난 25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아니한가'에서는 깍쟁이같은 외모와 달리 소탈한 입담으로 또다른 반전매력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김남주, 고현정, 황신혜, 채시라 등은 외모, 스타일, 연기력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함으로 여전히 '대세'로 불리고 있다.
중견 여배우들이 이처럼 활약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배우들의 철저한 자기관리다. 김남주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죽기살기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말한다. 김성령 역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예민해 보이기 위해 5kg을 감량했다. 지금이 미스코리아에 당선됐을 때보다 더 날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이를 잊은 외모와 더불어 세련된 스타일링도 한몫했다. 김남주, 김성령 등은 원조 완판 배우, 이들이 입은 옷과 매치하는 액세서리 등은 매 번 '김남주 가방', '김성령 헤어' 등으로 패션업계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들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드라마에서 이들이 돋보일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혜수가 '파견의 품격'에서 연기할 미스김은 신원 미상, 소속 미상, 나이 미상의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오연수가 맡은 '아이리스2'의 최민 역시 카리스마를 뽐내는 정보국 요원이고, 김성령은 '야왕'에서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재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주인공의 엄마 역할이 아닌 독립된 캐릭터로 드라마의 한축을 이끌고 있다.
방송 환경이 한층 유연하게 변한 것도 또다른 이유다.
한 방송 관계자는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캐스팅 할 때 '젊을수록 좋다'는 룰이 깨진 것 같다. 중요한 건 역할을 소화해 내는 배우의 연기력과 색깔, 정서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중년 배우의 카리스마와 노련함이 캐릭터를 살리는데 중요한 요건으로 보고 높이 평가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중견 배우의 활발한 활약이 이어지면서 대중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견 여배우들은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높아진 것.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여배우에게 중견으로 선다는 건 아무래도 남자 배우들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젊었을 때에는 외모로 어필을 했다면 중견으로 넘어가면서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 연예인이 여배우가 돼야 하는 데 지금 활약을 펼치는 이들은 과정을 성공적으로 넘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