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척박한 땅.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빈민촌.
주민 30여 명이 카메라 앞에 한데 모여 지구 반대편 소녀에게 감사의 영상편지를 보내왔다. 열댓 명의 꼬마 아이들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연방 춤을 췄고 주민들은 서툴지만 한국어로 "고마워요, 한나"를 외쳤다.
지난 16일 병상에서 영상편지를 받아본 최은정(14) 양과 부모의 눈가는 금세 촉촉해졌다. '한나'는 최 양의 영어 이름이었다.
2년 전 골육종이라는 희귀 암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항암치료만 8번.
뼈가 녹는 듯한 고통의 나날은 계속됐지만 최 양이 밝은 웃음을 되찾게 된 건 한국제봉사단체를 만나면서부터다.
난치병 아동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지난해 8월 원자력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최양을 찾았다.
평소 기타연주를 좋아했지만 인공 뼈를 이식하는 바람에 왼팔을 쓸 수 없던 최 양은 오른팔만으로 연주할 수 있는 기타를 갖는 게 막연한 꿈이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 양의 소원은 좀 더 큰 그림이됐다. 평소 아이를 데리고 봉사활동을 했던 부모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최양은 "물 부족으로 고생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물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하면서 '소원 대리 사업'은 착착 진행됐다.
한 기독교 단체는 우물 건립 사업에 들어갈 1,500만 원의 비용을 쾌척했다.
물길을 찾을 수 없어 고생하던 사업팀은 두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지난 1월 9일 탄자니아 아루샤 지역에 있는 빈민촌 올로리에니(olorieni)에 우물을 세웠다.
마을 사람들은 우물 이름을 '한나의 우물'로 지었다. 지금도 주민들은 이 우물물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면서 '한나'에게 고마워한다고 재단 관계자는 전했다.
갑작스런 발병으로 지난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최 양은 25일부터 대안학교인 독수리 기독중학교에 나간다.
어머니 성정아(42) 씨는 "공부에 쫓기는 생활보다는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안학교를 선택했다"며 "상태가 호전돼 아이가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