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대신 사퇴 카드…김용준 낙마 결정타는 재산·병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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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6시 40분쯤 인수위원회 출입기자들에게 갑작스럽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통상 '현안 관련 브리핑' 이나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을 예고하는 것과 달리 '윤창중 대변인의 브리핑 발표'라는 내용만 담겼다.

윤창중 대변인은 당초 오후 7시쯤 취재진들이 모여있는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할 것으로 공지됐지만, 오후 7시 2분쯤 '부득이하게 잠정 보류되었다'는 메시지가 도착하면서 취재진들은 "대체 무슨 일이냐"며 술렁였다.

그러던 차에 오후 7시 6분 '지금 바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발표'라는 메시지가 도착했고, 곧이어 이어진 브리핑에서 윤 대변인은 "김용준 인수위원장 발표문을 말씀드리겠다"는 도입말로 총리 후보직 사퇴 표명을 예고했다.

김용준 국무총리 전 후보자는 윤 대변인을 통해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이어 "김 전 후보자가 박 당선인과 이날 오후 사전 면담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박 당선인의 반응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들은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통상 윤 대변인이 인수위의 입장을 발표할 때면 비서실 등 당선인 측과 사전 조율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박 당선인도 김 전 후보자의 사퇴 의사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 측은 김 전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 "예고됐었던 것 아니겠냐"는 등 부담을 던 듯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박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 지명을 위해 삼성동 자택에서 심혈을 기울이며 직접 인선작업을 해 온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 직접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김 전 후보자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은 점도 박 당선인으로서는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 당선인은 "평생 법관으로서 법과 질서를 바로세우고 확고한 소신과 원칙에 앞장 서 오신 분"이라고 김 전 위원장을 소개했다.

특히 "늘 약자 편에 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세우고 무너져 내린 사회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적임자"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당선인 주변에서도 박 당선인이 선대위원장, 인수위원장을 연거푸 맡길 정도로 존경심이 두터웠다고 평했던 바 있다.

하지만 '법과 질서를 바로세우고 확고한 소신과 원칙에 앞장서 오신 분'이라는 박 당선인의 말은 하루 이틀 지나면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과 재산 문제 등을 포함해 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는 의혹 등이 연거푸 터지면서 코너에 몰렸다.

두 아들이 7~8세 때 매입한 서초동 대지, 안성 땅, 부인의 마천동 땅투기 의혹 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판사는 부업, 투기가 본업'이라는 비아냥이 국민들 사이에 퍼졌다.

두 아들의 석연찮은 병역 면제 의혹은 10여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 두 아들의 군면제 과정과 오버랩되면서 그 어떤 말로도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김 전 후보자는 여러 의혹과 불신이 본인은 물론 출범을 채 한달도 남겨두지 않은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자 '해명'이 아닌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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