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도 외로운 사람들, 고독생(孤獨生)이 문제다

[고독사 기획③] 고독사 두려움, SNS까지 전염…유품정리 생전 예약 문의까지

이번 겨울 유례없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독거노인들의 죽음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고독사'가 어느새 우리 삶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 뒤늦게나마 소식이 알려지면 그들의 외로움은 덜어지는 것일까? 고독사의 문제는 그들이 죽을 때 외로웠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살아 있는 내내 외로웠다는 데 있을 것이다.

CBS 노컷뉴스는 '고독사(孤獨死)가 아니라 고독생(孤獨生)이 문제다'라는 주제로 점증하는 고독사 문제를 집중 진단하고 대책을 찾아보는 기획 보도를 준비했다.

23일은 세번째 순서로,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해 고독하게 살아가며 고독사의 두려움에 떠는 고독생(孤獨生)의 실태를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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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남편의 사고 이후 고독생…"고독사 남의 일 같지 않아"

"자식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거리에서 굽은 허리로 폐지가 담긴 리어카를 힘겹게 끌던 이정순(79·여) 할머니의 삶은 말그대로 고단하고 고독했다.

자식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자식들을 출가시킨 뒤 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살기로 마음먹고 떨어져 산지 30년.

그 땐 지금보다 젊었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대학도 나오고 나름 직장도 있었던 터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후회된다고 했다.

"남편이 20년 전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으면서 모든 게 달라졌어."

남편 병원비에 수십년간 모았던 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잘 풀릴 줄 알았던 자녀들의 삶도 그리 순탄치 않아 손을 내밀기도 염치가 없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전화라도 왔는데 2년 전부터는 연락도 뚝 끊겼다.

그 때부터 이 할머니는 폐지 줍기에 나섰다. "하루 온종일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만원도 안 돼 하루라도 쉬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며 이 할머니는 찡그렸다.

두 사람이 몸을 뉘이면 몸을 뒤척이기도 어려운 집구석은 이 할머니에게 소중한 보금자리지만 짐이기도 했다.

나라에서는 집이 있고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할머니를 보살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루종일 폐지줍고 돌아와서 남편을 돌보느라 이웃과 제대로 말도 섞어보지 못했다.

"고독사가 더 이상 남의 일 같지 않아. 혹시 내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남은 남편은 어쩌나 상상하기도 싫어."

◈ SNS에서도 "고독사가 두렵다"

'고독사'가 언론에 빈번하게 보도되면서 심지어 SNS에도 고독사에 대한 관심이 퍼지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enny'는 "우린 고독사로 3개월간 방치된 이웃에 안부 한 마디 물을 줄도 모르는 현재를 사는 이들이다"고 반성했다.


'***_oh'는 "고독사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남겼다.

이 밖에 고독사 관련 보도를 '무한알티' 요청으로 퍼나르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또 이런 '고독사'에 대한 관심은 두려움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트위터 아이디 '****jung'은 "고독사? 난 그런 걸로 죽기는 싫다"고, '***ring'은 "고독사만 면했으면 한다"며 두려워했다.

'****777'은 "6년 만에 발견된 고독사 뉴스를 보고 혼자 외롭게 늙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무섭더라"고 남겼다.

◈고독사 체념하나…국내에도 유품정리 생전 예약 문의 나타나

고독생을 살며 고독사를 체념하는 이들도 있다. 고독하게 죽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생전에 미리 남겨질 유품 정리를 업체에 위탁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에는 이미 이런 사례가 2005년부터 나타났다. 당시 일본의 한 언론에서 '유품정리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 하루 동안 이 업체에 문의전화만 40통이 왔다. 이 40통 가운데 15통은 '유품정리의 생전 예약' 문의였다.

이 업체는 이후 유품정리 생전 예약도 서비스에 포함시켜 상품화한 상태다.

이런 사례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나타났다.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 전문업체의 한국 분점인 키퍼스코리아에도 최근들어 생전 예약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국내 최초의 유품정리사이기도 한 키퍼스코리아 김성중(44) 대표는 "일본에서 생전 예약 고객의 유품 정리를 한 경험이 있었지만 국내에도 수요가 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고독사 문제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생전예약은 고독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종의 '안심 서비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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