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ㅂ 구해드립니다" 인터넷서 담배 사고파는 청소년들

"뚫리는 곳 있어요" 고딩이 사서 초딩에게 판매…주민증 거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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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김지형(13,가명)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 "담배형아"로부터 담배를 받아간다.

한 갑당 가격은 8천원. 원래 담배 가격은 2천500원이지만 미성년자인 김 군은 담배를 대신 사주는 대가로 5천 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불한다.

김 군이 '담배형아'를 만난 곳은 인터넷 한 카페.

지난달 해당 카페에 '경기도 일산 담배 구해주실분'이라는 글을 올리자 한 남성이 연락을 해 왔고 그 때부터 이들의 담배 거래가 이어졌다.

"한 갑 받아서 저도 피고 친구들도 좀 나눠주고 해요. 용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프리미엄 붙여서 사면 형들이 좋아해요. 저도 돈 더주면 좋고요."

친구들의 권유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김 군은 "친구들에게도 담배를 뚫어주는 형들이 있다"며 "카페에서 형들을 찾는 방법도 친구들이 알려준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학교 3학년 정민호(16,가명) 군도 최근 인터넷에 "담배를 사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학교 다닐 때 피울 담배를 방학때 구입하려고 XX 담배 2보루를 주문했다"는 정 군은 "가격 흥정만 되면 원하는 장소에서 담배를 가져갈 수 있고 필요하면 택배 배달도 해줘 편하다"고 말했다.

정 군과 김 군처럼 1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담배를 사고파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한 갑당 2천 원에서 최고 5,6천원까지 웃돈을 지불하고 담배를 구입한다.

실제로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에는 청소년 담배 거래를 목적으로 한 카페가 여러개 개설돼 있었다.

카페에는 '담배를 사겠다'는 학생들과 '대신 사주겠다'는 이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자신을 고1이라고 소개한 한 회원은 "직거래로 담배를 사고 싶으니 서울 사는 분들 꼭 연락달라"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천안쪽에 지금 당장 담배랑 라이터 급구한다"며 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판매자들은 조금 더 주도면밀한 편이다.

한 카페 회원은 "호기심으로 피우고 싶은 마음인데 나이가 되지 않아 살 수 없는 중고등학생은 쪽지로 성별, 담배 수, 집근처 지하철역과 연락처를 남겨라"며 "담배 수수로는 2000원 이상이고 3갑 이상 구매하면 500원 할인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장소와 상관 없이 택배로도 담배를 배달해준다"며 "연락처와 주소를 남겨달라"고 말했다.

◈ 고등학생이 초·중등생에게 담배 판매…주민증 도용해 단골 가게 만들어 이용

문제는 담배를 사주겠다며 글을 올리는 이들도 담배 구매가 금지된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형이나 다른 가족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해 담배를 자유롭게 구매한 뒤 자신보다 어린 청소년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정 모(17)군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나도 미성년자지만 형 주민등록증으로 몇 번 가서 가게를 뚫었다"며 "민증 내놓은 뒤에 담배 달라고 하면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몇몇 학생은 '담배 브로커'로 용돈을 벌기도 한다.

"담배 거래로 들어오는 돈이 꽤 된다"는 이 모(18)군은 "직거래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 택배로 담배를 전달하기도 한다"며 "2만 원만 내면 민증도 보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담배를 거래하고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담배사업법과 청소년보호법 위반이지만 아이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담배를 판매하는 한 청소년은 "불법인 줄 알지만 서로 믿고 거래하기 때문에 걱정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년은 "걸리면 전과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럴 위험성이 낮기 때문에 담배 거래를 계속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담배 거래가 개인간 은밀하게 이뤄지다보니 경찰은 단속에 애를 먹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는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를 단속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에선 개별로 소통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며 "학생들이 담배를 사고 파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담배 거래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만큼 거래 사이트나 카페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이복근 사무총장은 "어린 학생도 포털 사이트에서 손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 흡연의 저연령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청소년의 담배 중독을 고착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담배 거래 블로그나 카페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한편 담배를 구매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담배 거래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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