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에서 '회초리' 맞는 민주…17일 총선 평가

국민들에게 쓴소리를 듣겠다며 '회초리 민생투어'에 나선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바깥은 물론 당 내에서도 회초리를 맞는 모양새다.

전국을 순회하며 국민들을 만나 사과하는 행보가 자칫 일회성 이벤트로 비쳐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전날 호남을 방문한 데 이어 16일 부산·경남(PK) 지역을 찾아 지지층들을 만났다.

호남에서 "한심하다", "호남 좀 그만 이용해먹으라"는 질책을 받았던 당 비대위는 부산·경남에서도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추궁 당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김광수 사무처장은 "후보도, 시민도 열심히 했지만 대선 기간에 뭐를 했는지 모를 만큼 민주당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 비대위가 부산민주공원에서 참회의 삼배를 하는 와중에는 한 시민이 다가와 "참배만 하면 사과가 되느냐. 이런 생쇼할 시간에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이날 한진중공업 노조 천막 농성장에서 "정리해고 관련 국회 권고안 이행에 대한 책임만 졌어도 최강서는 죽지 않았다"며 "야당이 제대로 못하면 노동자들이 죽는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창원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참으로 지려고 해도 질 수 없는 선거를 진 것은 저희들의 탓"이라며 사과했다.

또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에는 "노무현 정신은 어디로 갔는지 남은 우리는 친노니 비노니 반노니 싸우고 있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뼈를 깎는 자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당내 성찰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오는 18일 대전·충남 지역을 방문하는 등 회초리 민생현장 투어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당내 일부 인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무릎 꿇고 '잘못했습니다'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은 선거 백서 발간 등 혁신의 길을 제시할 때"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영환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무엇을 반성하는지, 무엇을 사과하는지, 누가 어떤 책임이 있는지 밝히지 않은 상황에선 퍼포먼스로 보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당 비대위는 오는 17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4·11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회람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당시 지도부의 무능과 공천 과정, 야권연대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에서 해당 보고서의 채택 여부를 결정한 뒤 이날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공개할지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총선 평가에 이어 대선 평가 과정도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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