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38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 대중적이지 않은 뮤지컬 장르, 그것도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송 스루'(Song Through)방식인데도 이같은 기록을 세웠다. 이는 휴 잭맨 내한이나 예고편 반응을 통해 어느 정도 흥행을 점쳤던 수입 배급사 UPI코리아의 목표를 훨씬 웃도는 결과다.
UPI코리아의 염현정 부장은 "400만 관객을 목표로 삼았는데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며 "30~40대 관객이 자녀들 손잡고 봤다가 이제는 부모께 추천하는 분위기다. 60~70대 관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2월까지 장기흥행을 조심스레 점쳐본다"고 반색했다.
벌써 개봉 후 한 달을 앞뒀지만 여전히 예매율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는 레미제라블. 세대를 뛰어넘어 이처럼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흥행요인의 기본요소이자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도 인정한 작품의 완성도다. 레미제라블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24일 개최되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뮤지컬 영화로서는 2003년 '시카고' 이후 10년 만에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휴 잭맨과 앤 해서웨이는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에 오르는 등 총 8개 부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레미제라블이 8개 부문에 오르면서 올해 아카데미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며 "특히 앤 해서웨이는 여우조연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무엇보다 최적의 캐스팅과 배우들간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작년에 미국평론가협회 등에서 뽑는 앙상블 캐스팅 부문을 거의 휩쓸었다"고 말했다.
김형호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 실장도 "관객들의 높은 평점"을 꼽으면서 "평점 8.52점으로 현재 상영작 중 가장 높다"고 말했다.
둘째, 150년간 전 세계가 사랑해온 고전 명작의 힘이다. 특히 죄수 장발장이 평생에 걸쳐 보여준 무한한 사랑과 용서 그리고 자비는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의 언급처럼 소위 '쿨함'과 '시크함'이라는 이름의 개인주의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셨다. 또한 도덕성을 상실한 오늘날의 사회를 반성하게 만들면서 인간본연의 가치를 돌아보게 했다.
염현정 부장은 "맘마미아가 흥에 겨운, 잘된 축제분위기 같은 작품이었다면 레미제라블은 내 인생의 영화, 아들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로 자리 잡는 분위기"라며 스테디셀러인 고전명작의 힘을 언급했다. 실제로 민음사에서 출간한 소설 '레미제라블'은 출간 두 달 만에 10만 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최단 기간 최다 판매 기록이다.
이는 젊은시절 고전을 접했을 4050대 중장년층의 높은 호응에서도 드러난다. 김형호 실장은 "40~50대 관객층의 지속적인 '평일'예매가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며 "4050대 비율이 무려 39%에 달한다. 다음 주말이면 500만 고지를 넘어 최종 600만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셋째, 스크린서 즐기는 고급예술의 향유다. 특히 레미제라블은 작품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도입부 장면을 제하면 마치 무대를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 만들어졌다. 또한 실시간 라이브로 녹음된 배우들의 생생한 노래는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뮤지컬로 만듦으로 인해 방대한 스토리가 대폭 함축됐음에도 그들의 노래에서 캐릭터의 감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김형석 저널리스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뮤지컬 장르는 대중의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적격이다"고 흥행이유를 분석했다.
이밖에 작품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 배급 시기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라는 시기가 영화의 묵직한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졌다. 영화홍보사 레몬트리는 "실제로 다양한 회사, 단체들의 문화 송년회 아이템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