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무주택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영구임대아파트 일부 세입자들에게 '로얄층'이라는 이유로 더 비싼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그동안 국토해양부 고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층에 따라 차등하게 임대료를 책정했다고 해명해 왔지만, 당시 고시에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해 10월 부산 북구 LH 영구임대아파트 7층으로 이사 온 독거노인 A(60.여)씨는 주민모임에 갔다가 이웃의 임대료 금액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층 말고는 모든 것이 똑같은 12평형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주민의 임대료는 5만1천 원 가량이 나왔는데, 자신은 그보다 많은 6만9천 원 이상을 매달 내왔기 때문이다.
A씨는 임대료 차이에 당황해 LH에 확인한 결과 자신의 집이 층수가 좋은 이른바 로얄층으로 지정돼 더 비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계약한 A씨는 "한 푼이 아쉬운데 속았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며 "이곳에 십수 년을 살고 있는 주민들도 자신이 더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는 사실을 모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LH, 정부 고시에 따라 '로얄층 임대료' 적용...하지만 고시에 이 같은 내용 없어
LH는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하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층별 같은 가격, 즉 층에 따라 다른 금액의 임대료를 책정하는 '층별등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똑같은 아파트인데도 로얄층에 해당하는 5~13층일 경우 1층 보다 14%가량 높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
북구의 또 다른 영구 임대아파트 13층에 살고 있는 장애인 부부 B(62)씨는 "다리가 불편해 저층으로 입주하고 싶다고 담당자에게 말했더니 '입주를 포기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영구 임대보다 평수가 더 넒은 국민 임대는 층 상관없이 동일한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왜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사람들이 입주하는 영구 임대에만 층에 따라 더 비싼 임대료 부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층 선택권한 없이 대기순으로 입주한 주민들은 층별등가제 적용 사실을 모르거나, 임대료가 저렴한 층을 요구했다가 입주자체가 무산될까봐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고 있다.
문제는 LH 산하 다른 임대아파트, 가령 평형이 더 넓고 보다 형편이 나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국민임대 등 공공 임대아파트에는 영구임대와 달리 층과 상관없이 동일한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LH는 90년대 영구 임대아파트를 건축할 당시, 건교부(지금의 국토해양부) 고시에 따라 층별등가제를 적용할 수 밖에 없어 임대료를 차등 책정했다고 주민들에게 설명해왔다.
하지만 CBS 취재결과 당시 건교부 고시에는 층별등가제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 돼 LH가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LH는 뒤늦게 내부 지침에 따라 임대아파트 층별등가제를 실시하게 됐다고 입장을 바꿔 사태 수습에 나섰다.
LH 담당자는 "층별등가제는 지난 1994년에 내부에서 결정한 임대아파트 운영지침에 따라 적용해 온 것인데 시간이 오래 지나다보니 담당자가 바뀌는 등 설명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민 임대는 95년 이후의 운영지침이 반영돼 모든 가구에 동일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영구 임대는 이전 지침에 따라 20년 가량 임대료를 측정해 오던 것이라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