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를린'은 하정우 한석규 전지현 류승범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액션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류승완 감독의 연출이 더해지면서 제작 단계서부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류승완 감독은 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베를린 제작보고회에서 "네 명의 배우를 언제 모아보겠냐는 생각이 들더라. 뽑아먹을 수 있는 만큼 뽑아먹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원칙이었다"며 웃은 뒤 네 명의 배우를 한 데 모으게 된 과정을 전했다.
"극 중 하정우가 연기한 표종성은 뒷모습만 봐도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인물인데 제가 생각하는 역할과 하정우씨가 잘 맞을 것 같았다. 한석규는 저희 세대에는 일종의 로망이다. '쉬리' 10년 후 모습이 나온다면 재밌지 않을까 싶더라. 류승범은 배우와 감독이라기 보다 같은 창작자의 느낌이 든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마음이 놓인다."
극 중 표종성의 아내로 출연한 전지현의 경우는 예외였다. 류 감독은 "사실 여주인공 이미지가 없었는데 지현씨가 베를린 대본을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며 "첫 만남에서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열의를 적극적으로 보여줬다"고 기억했다. 이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지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박찬욱 감독님이 편집본을 보시고 '전지현 깜놀'이란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자랑했다.
전지현은 "그간 해외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달갑지만은 않았다"며 "촬영 현장에 가니 너무 여유가 있어 문화 생활도 많이 즐겼다"고 베를린에 대한 기억을 전했다. 이에 류 감독은 "사실은 비밀리에 전지현을 외롭게 만들라고 스태프들에게 지령을 내렸다"며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남북한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향한 극한의 미션을 그린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
하정우는 "고난이도 액션과 요원 역할을 함에 있어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술을 끊었다"며 "맥주가 맛있는데 그것을 참고 생활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베를린은 금주의 도시"라고 유쾌하게 전했다.
끔찍(?)했던 액션 촬영에 대한 기억을 들춰내기도 했다. 하정우는 "와이어 액션이 제일 힘들었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라며 "바이킹 타는 것조차 싫어한다. 와이어 액션 촬영하는 날엔 도살장 끌려가는 심정으로 갔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총격신은 한국 영화에서 이런 총격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풍성하다"며 "격술액션은 촬영 두 달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주먹 지르기부터 다시 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총격신을 처음 접해본 류승범은 "너무 신나고 재밌었다. 가짜지만 쏘면 죽는 등 너무 신기하더라"며 "총격 영화 준비하실 때 캐스팅 염두해달라. 워밍업 충분히 했으니 잘 쏠 수 있다"고 즐거워했다.
액션이 많은 만큼 부상도 뒤따랐다. 최근 언론을 통해 전지현은 촬영 중 얼굴에 탄피 박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현은 "촬영하면서 생겼던 경미한 사고다. 그리고 판피가 박힌게 아니라 탄피를 심어 놓은 자동차 파편이 튀었다"며 "촬영할 때는 정신이 없었고, NG나면 몇시간 준비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 그냥 촬영을 이어갔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촬영을 마치고 나니 얼굴이 너무 따금하면서 달아올라 있더라.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올라오더라"며 "모니터 보니까 액션 장면이 리얼하게 나왔더라. 그걸로 만족했다"고 덧붙였다.
하정우는 "실제 화약에 한 두번 정도 맞았고, 경미한 부상이 있었다"며 "내세울만한 것은 아니고, 개런티에 그런 부분까지 포함돼 있지 않겠나"라고 유머러스함을 보였다. 이에 류 감독은 "영화를 보면 손에 흉터가 있는데 초반 촬영 중에 진짜 다친 상처"라며 "아픈데 참고 하겠다고 하더라. 결과적으로 영화엔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3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