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느날 A씨 앞으로 개인 채무 독촉장이 날아들면서 소속 부대에서는 A씨의 채무 사실을 알게됐다. 이후 부대 주임 원사는 A씨를 영내 숙소로 이사시키고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외출과 외박을 제한했다.
A씨는 이후 신용회복위원회 등의 상담을 통해 채무 변제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주임원사는 매주 통장 거래내역과 가계부를 작성해 보고하도록 했다. 또 제출한 내역에 대해서도 밤낮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해 캐물었다.
A씨는 "빚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일과 중에도 계속 내용을 묻는 등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 "하사는 차 필요없어".. 차량 강제 매각도
육군 하사로 복무중인 B씨는 큰 맘 먹고 중소형 차량을 한 대 구입했다. 차량 구입 후 행정 보급관에게 보고했지만 돌아온 말은 "하사는 차가 필요없으니 구입을 하지 마라"였다. 차량의 부대 등록도 거절 당했고, 행정보급관은 휴가를 앞 둔 B씨에게 "휴가 때 차를 집에 가지고 가서 다시 갖고 오지 말라"고 말했다. 하사이기 때문에 차를 끌고 다닐 수 없다는 복무 규정은 없지만 제재를 당한 것이다.
이후 행보관은 다른 하사들을 불러놓고 '차를 사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군인권센터에는 아버지 수술비를 위해 대출을 받은 사실을 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기복무지원서를 써 주지 않겠다거나 승용차를 강제로 팔도록 하는 등 과도하게 사생활을 간섭하고 침했다는 진정이 잇따르고 있다.
◈軍,"부채로 인한 사고방지 목적" vs 군인권센터, "과도한 통제는 문제"
군대 초급 간부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사로 최근 전역한 이 모(28)씨는 "군에서는 '하사들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는 선입견을 갖고 제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해 국방부에 군 인권법 제정등을 권고하면서 군대에서 폭행 및 가혹행위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 종교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지난 10년 동안 인권 침해 진정을 접수받아 권고조치한 사건은 총 36건이다. 폭행 및 가혹행위가 가장 많은 7건이었지만 사생활 침해는 5건으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인권위 최환석 조사관은 "폐쇄적 군대문화와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진정이 활발히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드러나지 않은 문제도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차원에서 채무 관리, 차량 구매 등에 대해 제재를 하도록 하지는 않는다"며 "각 부대 재량으로 나이 어린 하사들이 유흥비, 도박비 등으로 빚을 지는 등의 위험 방지를 위해 통제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일어나지도 않은 행위를 가지고 잠재적 예비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은 부도덕하다"며 "무조건적인 통제보다는 교육과 전문가 상담과 부채 관리 매뉴얼등을 통한 인식 개선 등 자율적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