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91년 12명의 분신자살, 다시 그런 일 없길”

한국은 미끄럼틀 사회, 한번 쓰러지면 못일어나...
한진중 노동자, 복직 4시간만에 강제휴직 당하고 목숨끊어
노조원 가압류, 회사가 요청하고 법원이 승인만 하면 가능
한진중 다녔다는 사실 알려지면 재취업 길도 막혀
전태일 동상까지 갔던 박근혜, 약속한 것만 지켜달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2년 12월 26일 (수) 오후 7시■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
은수미


▶정관용> 어제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조 위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 5일 사이에 모두 네 명의 노동자, 정확히 말하면 노동운동가들이 자살한 건데요. 이 문제를 두고 성명서를 낸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 연결합니다. 은 의원, 여보세요?

▷은수미> 예, 안녕하세요?

▶정관용> 오늘 빈소에 다녀오셨다고요?

▷은수미> 예, 그런데 지금 제가 믿겨지지 않는 메시지가 와서요.

▶정관용> 뭐라고요?

▷은수미> 외대 노조 수석부지부장께서 문상 중 쓰러져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방금 사망하셨다는 메시지가 와서 확인 중입니다만...

▶정관용> 아이고...

▷은수미> 그런 일이 또 발생을 한 모양이네요.

▶정관용> 저희도 기사를 봤습니다. 수석부지부장께서 갑작스런 심근경색?

▷은수미> 예.

▶정관용> 그래서 급히 수술을 받으시러 갔다는 기사까지 봤는데... 아이고. 예... 참... 오늘 그 빈소 가서 분위기가 어떻든가요?

▷은수미> 굉장히 유족들도 당황하시고요, 굉장히 우울했습니다. 참 뭐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고 또한 저희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천배를 하기로 해서 사실은 제대로... 인사만 드리고 많은 말씀 나누지 못하고 떴습니다.

▶정관용> 우선 그분, 지금 알려진 바로는 2006년 외대 지부 파업 당시에 파업을 주도해서 해고당하셨다고요? 그리고 복직을 하셨는데 빚이 많으셨다고요?

▷은수미> 예.

▶정관용> 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분인지?

▷은수미> 92년도에 입사를 하신 분이고요. 굉장히 열정적으로 노조 활동에 참여했는데 2006년 파업 당시 노조 정책국장을 맡으셨고 2007년에 해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복직하는 과정에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받으셔서 생활고가 굉장히 깊으셨던 것 같아요.

▶정관용> 그 파업 기간이 길었던 모양이지요?

▷은수미> 그렇지요. 그리고 이렇게 한번 생활고에 부딪치면 회복이 좀 어렵습니다. 한국이 미끄럼틀 사회이다 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2012년 현재까지 노조 지부 위원장을 맡고 계셨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가족들도 이런 일은 좀 상상을 못하셨던 것 같아요. 해고 기간 중에 임금을 받지 못해서 가계가 매우 어렵기는 했지만 설마 자살을 하시랴... 이런... 이런 좀 충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관용> 어떤 보도에 보니까 그분께서 며칠 전에도 노조 사무실에서 자살을 한번 시도하셨다가 실패했다는 보도도 있던데 그건 맞나요?

▷은수미> 저는 그것까진 확인을 잘 못했습니다.

▶정관용> 아, 그러세요?

▷은수미> 예.

▶정관용> 참... 게다가 수석부지부장까지 또 방금 돌아가셨다니까 정말 더 슬프네요. 지난 5일 사이에 지금 이제 네 분, 게다가 다섯 분째입니다. 물론 뭐 다섯 번째 분은 스스로 목숨 끊은 건 아닙니다만... 다 모든 분이 다 노동운동하시던 분들이에요. 맞지요?

▷은수미> 맞습니다.

▶정관용> 왜 이렇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은수미> 지난 MB 정권 5년 간 사실은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들하고 노동조합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제가 9월 24일날 용역 청문회에서도 밝혔지만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한 5년 이상 지속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조합원들도 탈퇴를 하고 남은 사람들도 얼마 없고. 그리고 회사로부터 계속 징계니 해고니 뭐 이런 것들을 당하셨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리고 본인들은 부당하다, 억울하다 이런 생각도 굉장히 강했어요. 그래도 이제 마지막 끈이 사실은 정권교체였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캠프에 사실은 노동운동가들이 굉장히 많이 참여를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것조차 안 되니까... 사실은... 버틸 힘을 순간적으로 잃어버리신 거지요. 그래서 민주통합당 책임도.. 그러니까 MB 정부, 이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굉장히 크긴 했지만 그것으로부터 노동자들을 지켜내고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지 못한 민주통합당의 책임 역시 굉장히 크지요.

▶정관용> 민주통합당이 죄인이네요.

▷은수미> 죄인입니다.

▶정관용> 첫 번째가 그 한진중공업 노동자분 아니셨습니까? 해고되었다가 물론 이제 복직은 되었지만 또 무기한 휴업 통보를 받으신...

▷은수미> 4시간 만에 강제휴직되신 거예요.

▶정관용> 그런데 또 다른 어떤 보도를 보니까 회사 측에서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한 액수가 엄청나다면서요?

▷은수미> 그렇지요. 158억입니다.

▶정관용> 그런데 1월에는 51억원이었는데 이게 왜 그렇게 늘어나나요?

▷은수미> 현행법상이요, 그러니까 이런 현행법에 따르면 불법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 가압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법에 또 어떤 허점이 있느냐 하면 불법인지 합법인지가 판정이 안 나도 회사, 그러니까 회사 측이 그냥 요구를 하고 법원이 그것을 손만 들어주면, 그러니까 불법인지 아닌지가 애매한데 이건 불법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피해를 입었다, 라고 해서 회사가 요구하면 그것에 대해서 법원이 승인만 하면 가압류를 할 수가 있습니다.

▶정관용> 법원은 그게 불법 파업인지 합법 파업인지 판단한 후에 승인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은수미> 그런데 현재법상 그렇지 않습니다.

▶정관용> 그래요?

▷은수미> 예.

▶정관용> 그런데 몇 개월 만에 백억 이상이 늘어나는 이유는 또 뭐예요?

▷은수미> 그러니까 불법행위를 시시콜콜히 다 불법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피해를 이만큼 입었다, 라고 회사 측이 주장을 한 걸 법원이 그냥 받아들이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손배 가압류가 노조 파괴 시나리오 중의 하나예요.

▶정관용> 이거는 좀 법적 미비사항이 있다고 봐야 되겠네요?

▷은수미> 예, 굉장히 큰 겁니다.

▶정관용> 대부분의 파업의 경우에 노사가 대치할 때는 이것 불법 파업이다, 아니, 우리는 합법 파업이다, 이렇게 다투게 되지 않습니까?

▷은수미> 그렇지요. 그걸 노조가 다툴 뿐만 아니라 개개인도, 예를 들어서 합법 파업일지라도 노사가, 그러니까 개개인이 뭐 멱살잡이를 했다, 이런 일은 벌어지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

▷은수미>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조차도 이런 손배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관용> 그런데 한진중공업 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갈등이 있었지만 어쨌든 정치권도 나서고 그래서 합의를 이루었고, 해고 노조원들 일단 다 복직시키고.

▷은수미> 사실은 손배 가압류 부분도 도의적 차원에서 풀기로 했었던 겁니다. 그런데 회사 측이 약속을 이행을 하지 않은 거지요.

▶정관용> 아, 원래는 풀기로 약속했는데?

▷은수미> 예.

▶정관용> 아마 그런 것도 또 여러 가지 압박이 되지 않았을까요?

▷은수미> 굉장히 압박입니다. 그러니까 당해본 사람만 아는데요, 손배 가압류가 되고 생존조차도 어렵고. 그 다음에 돌아가신 최강서 님 부인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한진중공업에 다녔다, 라는 게 알려지면 지역에서 취업이 안 된다, 취업이 되어도 다시 그만 둬라, 그 정도로 굉장히 힘들어요. 이제는 불랙리스트가 있는 게 아니라 고용보험 기록만 있으면 다 알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

▷은수미> 그래서... 이제 쌍용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고, 한진중공업도 마찬가지로 지역에 소문이 납니다. 그러니까 손배 소송 들어오지요, 취업은 안 되지요, 먹고 살기는 힘들지요. 그래도 노동운동하시는 분들은 버티거든요. 극한까지 버텼는데 갑자기 실이 툭 끊어진 거지요.

▶정관용> 그래서 오늘 민주당 소속의 진보행동모임 국회의원들이 성명을 내셨어요. 성명 내용을 좀, 어떤 내용입니까?

▷은수미> 내용은 그런 거였습니다. 우선은 박근혜 당선자께서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곧 그런 위상과 역할을 가지실 분이기 때문에 이 같은 죽음의 행진을 막아달라. 그건 별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관심을 기울이고 그 다음에 박근혜 당선자가 대선 운동 기간에 약속하신 내용들이 있어요. 혹은 새누리당이 약속한 게 있습니다. 그걸 그냥 지키겠다고 하면 됩니다. 그러면 좀 지켜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잖아요. 이제는 끝이다, 이런 건 아니잖아요. 이걸 하나 호소를 했고요. 또 하나는 이게 민주통합당이 대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민주통합당 대다수 의원들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거듭나겠다고 했고요 24일날 의원총회에서. 그래서 이것을 차질 없이 진행시키겠노라, 혹은 시켜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좀 했고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우리가 그러니까 국민 여러분, 혹은 노동자분들께서 실패하신 게 아닙니다. 민주당이 실패한 겁니다. 민주당이 그 책임을 다 지고 새롭게 거듭날 터이니 조금만 좀 시간을 달라, 이런 호소를 하고 싶었습니다.

▶정관용> 박근혜 당선자가 오늘 전경련에서 재벌 회장들 만난 자리에서 정리해고, 구조조정, 이것 좀 자제하라, 라고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그 정도 가지고 부족하다고 보십니까?

▷은수미> 쌍용차 국정조사 같은 것을 합의해주면 됩니다. 합의하신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그 정도로는 안 되고요. 현안들이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죽음이 지금 발생하는 그런 장례식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또한 쌍용차 국정조사 문제라든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 당장의 현안, 이것을 이렇게 저렇게 해결한다, 여야가 합의를 하겠노라, 이게 아주 구체적인 행동이지요. 그 정도는 되어야지 문제가 아, 해결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뭐 새로운 것을 내놓을 것도 없이 기존에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속했던 것?

▷은수미> 그냥 지키면 됩니다. 아니, 선거운동 과정 동안 광폭 행보라고 해가지고 전태일 동상에까지 가신 분이잖아요. 지금 왜 그걸 안 하십니까.

▶정관용> 국회 환노위는 안 열립니까?


▷은수미> 국회 환노위를 열자, 라고 이미 요구를 한 상황입니다. 한진중공업 손해배상 가압류 부분, 손배 가압류 문제라도 해결을 하자고 이미 요구를 했는데 아직 답이 없습니다.

▶정관용> 새누리당에서?

▷은수미> 예.

▶정관용> 그 쌍용차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에서도 이미 합의했던 거잖아요.

▷은수미> 그러니까요. 그래서 28일날 본회의 때 지금 통과를 시키자고 여야 원내대표 간에, 우리는 원내대표 대행입니다만, 협의 중입니다만, 여의치 않다, 라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정관용> 새누리당에서 여의치 않다?

▷은수미> 아직까지는. 예, 아직까지는요. 그래도 저는 기대를 해봅니다. 공당에서 인터뷰까지 해서 약속한 내용입니다.

▶정관용> 5일 동안 모두 다섯 명이라고 하는 이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은수미>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게 정말 심각합니다. 기억을 하실지 모르지만, 1991년에도 분신자살을 12명이 하셨습니다. 그때에도 참 절망스러울 때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도 또 이런... 그런 자살이 계속되지 않도록, 혹은 그로 인한 충격으로 사망하시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저는, 박근혜 당선자가 MB와 나는 다르다, 라고 말씀을 했습니다. 그러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정말 간절히 호소합니다.

▶정관용> 빈소에 와서 조문도 좀 하시고 그러면 좋을 텐데요.

▷은수미> 그렇지요.

▶정관용> 민주당이 당내 노동대책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건 뭡니까?

▷은수미> 예, 24일날 제가 제안을 했고요. 노동대책위하고 언론대책위는 좀 현장하고 소통도 해야 되고, 대안도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그걸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기로 합의를 했고, 그와 동시에 평가위원회도 독립적으로 구성해서 평가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말해서 두 가지인데요, 앞으로 민주당이 현장과 조금 더 깊이 들어가는, 그런 현장과 소통하는 그런 당으로 거듭나자, 라는 거고요. 또 한편으로는 정말 민주당의 정체성, 국민의 눈높이 수준에 맞는 새로운 정당으로서 거듭나기 위해서 자성과 성찰을 제대로 하자, 이 두 가지가 합의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관용> 지금 극한적인 투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사실 지금 더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아까 말씀하신 뭐 줄이 끊어졌다, 이런 표현까지 쓰셨는데, 그래도 이런 극단적 선택하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은수미>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오늘 천배를 하면서... 살자, 살자, 계속 그것만 되뇌면서 사실은 천배를 했습니다만,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저희, 민주통합당이 더 노력하겠습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

▷은수미> 현장도 방문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죽음을 멈춰주시기 바랍니다.

▶정관용> 어쨌든 정치권에서는 최대한 노력해서 조그만 희망이라도 빨리 좀 만들어주시고요, 그리고 정말 다 살아야 합니다. 예, 고맙습니다.

▷은수미>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이었습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