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검사'는 어떻게 한상대 총장을 사퇴시켰나

성추문 검사 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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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는 지난달 22일 서울동부지검 전모(30) 검사가 절도 피의자 B씨와 검사실 등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졌다는 진정이 접수돼 감찰에 나섰다고 밝혔다. 일명 ‘성추문 검사’ 사건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순간이었다. 9억원대 금품 수수 혐의로 부장검사급 검찰 간부가 구속된 지 불과 사흘 만의 일이었다.


연이은 비리와 추문으로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긴급 수뇌부 회의를 열고 “외부에서 요구하는 검찰개혁에 대해 백지 상태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포함한 검찰개혁안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24일 전 검사를 소환한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긴급체포하고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 검사가 사건 무마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직무와 관련해 무형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위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뇌물죄에 한해 보면 범죄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어 윤리적 비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성관계에 대한 뇌물죄 처벌 판례가 이미 다수 있는 점 등에 비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영장 기각”이라며 즉각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이 와중에 검찰은 ‘위장 개혁 낚시글’ 파문과 지휘부 내분 사태 등 엄청난 파동을 겪었다. 윤대해(42) 검사는 24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검찰의 자성과 개혁을 요구했다. 현직 검사의 실명 비판은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단 그가 한 방송사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잘못 보내기 전까지만 말이다. 윤 검사가 문자메시지에서 ‘개혁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위장 개혁’ 논란에 휩싸인 평검사회의는 줄줄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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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에는 사상 초유의 검찰 지휘부 내분 사태가 불거졌다. 한 총장이 김광준 검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최 중수부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사태는 기획ㆍ공안통 대 특수통 검사의 내분 양상으로 흘렀고,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자 한 총장은 결국 자체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30일 사퇴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17일 이처럼 총장 사퇴의 발단이 된 ‘성추문 검사’ 사건과 관련해 전 검사를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성관계 전후 B씨의 절도 사건 처리에 대한 대화가 오고간 만큼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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