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갯취'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정월대보름 들불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에 6월이면 갯취라는 꽃이 피어납니다. 새별오름은 고려 말 목호의 난을 평정했던 최영 장군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4.3 등 역사의 고비마다 제주사람들을 품어 안았던 곳입니다. 최근에는 큰 나무가 없어 조망이 좋고 일 년 내내 볼거리가 있어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겨울의 들북축제 외에도 가을의 억새는 어느 곳에 비교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여름이 시작되면 오름 북쪽 사면에는 노란색 꽃을 피운 갯취가 장관을 이룹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오름과 어울린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갯취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제주도와 경상남도의 거제도 등지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이 원산으로 환경부는 한국특산종으로 지정하기도 했으며 산림청에서도 자생지가 많지 않아 희귀식물 및 특산식물로 지정하여 법으로 보호하고 있기도 합니다. 식물도감에는 바닷가에 자란다고 되어 있지만 제주도에서는 서부지역의 해발 400m 정도에 위치한 새별오름을 비롯해서 그 주변 산지의 풀밭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닷가를 뜻하는 '갯'자가 붙은 이름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갯취가 처음 발견된 곳이 바닷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줄기는 곧게 서고 키는 어른의 가슴까지 자라며 잎도 타원형으로 꽤 큰 편입니다. 아래쪽 잎은 잎자루도 길고 크기도 크지만 줄기 위쪽으로 갈수록 잎자루도 짧아지고 크기도 작아지면서 줄기를 감싸고 있습니다. 꽃은 줄기 끝에 피는데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작은 꽃차례를 만들고 작은 꽃차례가 다시 모여서 전체적으로 큰 꽃차례를 만듭니다. 이것은 다른 국화과 식물들처럼 곤충으로 하여금 작은 꽃을 큰 꽃으로 보이게 해서 능률적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려고 하는 의도입니다. 그리고 꽃의 모습은 곰취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바닷가나 섬에서 자란다는 의미로 갯곰취 또는 섬곰취라 부르기도 합니다.
갯취의 '갯'은 바닷가를 뜻하고 '취'는 나물을 뜻하므로 '바닷가에 나는 나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물로 식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갯취의 학명이 Ligularia taquetii Nakai입니다. 속명 Ligularia는 라틴어 ligula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은 설상화가 달린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국화과 식물이면 설상화가 있겠지만 곰취나 갯취 등 곰취속 식물들은 비교적 설상화의 개수가 적어 듬성듬성 달립니다. 그리고 종소명 taquetii는 20세기 초 제주의 식물을 세계에 알렸던 타케신부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습니다. 타케신부가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채집한 수만 점의 식물표본이 유렵의 대학과 박물관에 전해짐으로써 세계에 알려졌던 일은 유명합니다. 이 시기가 한국의 식물학계에도 가장 큰 발전을 가져왔던 때로 기억될 만큼 타케신부가 미친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 되면서 식물애호가들의 활동으로 인해 세상에 알려지는 식물들이 많은데 갯취가 그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최근 갯취를 관상용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잎이 커서 식물원의 지표식물로 이용되기도 하고 화단의 식재용으로 재배되기도 합니다. 9월쯤에 채취한 종자를 곧바로 뿌려주거나 이듬해 4월에 옮겨 심으면 됩니다. 척박하고 건조한 토양은 피하고 반그늘이나 햇빛이 많은 곳에 심어야 하고 적당한 비료와 습도가 유지되면 잎이 비교적 넓고 크게 자라서 관상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갯취가 장관을 이루며 피어있는 것을 본 사람들은 상당한 개체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것은 골프장이나 목장 건설로 자생지가 없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갯취가 꽃가루받이가 되도 씨앗을 잘 맺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개체수가 늘어나지 않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법으로 보호하고 있기도 하고 몇몇 단체들의 복원 노력이 있기는 하지만 시원치 못한 듯합니다. 여기에 대해 관련기관의 좀 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여름 새별오름을 오르다 만나는 갯취는 언제 봐도 환상적인 모습입니다. 저녁이면 산방산의 석양과 집어등을 밝힌 고깃배의 풍광을 함께 볼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습니다. 내년 여름 다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갯취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