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당원들은 A씨의 오피스텔 현관문 앞에 예닐곱명씩 번갈아 교대를 서며 진을 치고 있고, A씨가 문을 여는 순간을 놓칠 수 없는 취재진들도 ‘607호’ 문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플래시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저녁 8시쯤 A씨의 부모가 "딸을 데려가겠다" 며 607호 문을 두드렸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검정색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한 A씨의 모습이 절반 정도 드러났다.
그 때 한 민주통합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문을 못 열게 막았고, 딸의 얼굴도 제대로 못보자 화가 난 A씨 부모는 "경찰을 대동해오겠다"며 오피스텔 밖으로 나갔다.
그로부터 약 1시간 뒤 부모는 착찹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올라왔다. 손에는 샌드위치와 빵 그리고 물이 들려있었다.
부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문을 열라고 말했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낸 A씨는 음식만 빨리 받고 문을 닫았다. 물은 방 안으로 못 들어갔다.
민주당 관계자들과 취재진을 피해 조금 열린 문 틈으로는 1리터짜리 물통이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A씨의 어머니는 “딸이 집에서도 밥을 잘 해먹지 않아 쌀도 없는데다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못 먹고 있다”면서 한 숨을 쉬며 말했다. A씨 어머니는 오피스텔 1층 편의점에서 500미리리터짜리 물을 여러개 구입했지만 그것마저도 결국 전해주지 못했다.
A씨 아버지는 "민주당에서는 어찌됐든 자신들의 목적을 모두 달성한 것 아니냐"면서 "앞으로 우리 딸은 어떻게 살아가냐“며 원망 섞인 어조로 말을 남긴채 발걸음을 돌렸다.
외출은커녕 부모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진 A씨. 어떠한 혐의도 입증되지 않았지만 국정원과 민주통합당의 팽팽한 대치 속에 명분없는 감금 생활이 시작됐다.
국정원 측에서는 이날 오전 ‘비방댓글 의혹’ 관련 해명 브리핑 뒤 A씨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공식적으로 취하지 않고 있고, 민주당 측에서도 자신들의 목적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오피스텔을 나서지 않을 태세다.
역삼동 A씨의 오피스텔 뒤에는 두 겹의 매트리스가 깔렸다. A씨의 투신에 대비해 지난 밤 경찰과 소방대원이 갖다 놓은 것이었다.
대선을 겨우 일주일 앞두고 제기된 국정원 직원 비방 댓글 의혹. 그리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국정원과 민주당. 이런 가운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직원 A씨의 감금 생활.
경찰 수사도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난항을 겪으면서, 진실은 밝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대치 상태만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