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고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와 책이 나왔으며, 곧 사진전도 개최될 예정이다.
◈ ‘남영동 1985’…결코 잊을 수 없는 22일간의 고문
민주화운동청년연합회를 결성하고 초대 의장을 맡았던 김근태 전 고문은 1985년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위치한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간다.
민주화운동의 과정 속에서 김 전 고문은 자주 구속됐었지만, 이때 구속은 이전과는 달랐다.
'장의사집 둘째 아들'로 통하는 고문 기술자 이근안에게 당한 전기고문과 물고문 등으로 김 전 의원은 남은 생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영화는 당시의 고문 실상을 가감 없이 스크린에 옮겼다.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이 제작했고,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박원상 씨가 민주화운동가 김종태 역(고 김근태 전 고문)을, 이경영 씨가 고문 기술자 이두한 역(이근안)을 맡았다. 이 작품은 배우들이 개런티를 전혀 받지 않고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3주 동안 누적관객 32만 326명을 동원해 이번 주말 33만 관객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민주주의자 김근태 평전>…‘희망’을 남기고 간 한 아름다운 투사의 생애
저자는 <김대중 평전>, <노무현 평전>, <독부 이승만 평전> 등을 저술한 ‘평전의 대가’ 김삼웅 씨다. 이번 책은 그가 쓴 19번째 평전이기도 하다.
정의롭지 못한 포악한 사회에 저항한 투사로 기억되지만, 저자는 김 전 고문이 매우 따뜻했던 인물이었음에 주목한다.
평전에는 김 전 고문이 부인에게 보냈던 옥중 편지 등 가족과 주고받은 글을 곳곳에 수록해 고인의 체취를 되살려냈다. 김 전 고문이 편지에 쓰기 위해 고른 단어만 봐도 지인과 서민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는지 느낄 수 있다.
남에게 온정을 베풀기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김근태의 가치관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민주화운동 경력과 정치인 경력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졌다.
또한 ‘여의도의 햄릿’이라는 별칭처럼 김 전 고문이 항상 깊이 성찰하는 인간이었음도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책은 현암사에서 출간했다. 2만 2,000원.
◈ 사진전, ‘보고싶다 민주야, 그립다 김근태’
김 전 고문을 만날 수 있는 사진전은 광주시 동구 궁동 ‘킴아트스페이스’에서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모 1주기를 맞이하여 ‘보고싶다 민주야, 그립다 김근태’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한반도재단(이사장 인재근)이 주최하고, 비전한반도포럼(상임대표 유선호)과 킴아트스페이스(대표 김수정)이 주관한다.
사진전에는 100여점의 사진을 통해 목숨을 걸고 독재와 싸워 민주주의의 새벽을 열었던 투사이자, 인간적이고 따뜻했던 김근태의 모습들을 그대로 볼 수 있다.
◈ “기억하라”
김 전 고문이 조명받는 이유는 시기상 서거 1주기가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선을 앞뒀다는 점도 이유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생을 민주화의 길에 바쳤던 김 전 고문의 삶과 죽음 그리고 추모 1주기가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억하라”이다.
김 전 고문의 아내 인재근 여사는 “김근태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인권의 퇴행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한다.
작가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망각에 대한 투쟁이 권력에 대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인 여사는 “과거사에 대한 온갖 망언들은 과거의 권력을 합리화하기 위한 도발이고, 권력 투쟁의 일부”라며, “화해와 망각은 다르다. 가장 또렷한 기억 위에서만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