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후보는 문 후보의 지원을 앞두고 상당한 고심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 "아직 아무도 결정된 것이 없다"(유민영 대변인)면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던 안 전 후보가 마음을 굳힌 계기는 무얼까?
우선, 문 후보가 6일 오전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했던 메시지가 안 전 후보에게 일정한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는 단순히 정권교체 만이 아니라 '새정치'를 바라는 지지자들까지 함께 포용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자신의 정치적인 뿌리를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 여망에서 찾아왔던 안 전 후보는 민주당과 문 후보로부터 정치쇄신과 변화의 몸부림을 기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하면서도 "대선판이 거꾸로 가고있다. 새정치가 실종됐다"고 여야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민주당은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안을 의결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미흡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던 차에 문 후보는 6일 범야권 진영의 공조를 위한 '국민연대'를 발족시키면서 새정치 메시지를 과감하게 던졌다.
문 후보는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안 전 후보가 주장해온 새로운 정치는 낡은 정치 혁신의 동력이 됐고 희망이 됐다"고 치켜세우며 “정당혁신, 개파정치 청산, 편가르기 정치구도 해소, 정당을 민주화하고 국회를 정치의 중심에 세우기,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 보복정치 종식,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것을 굳게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또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그동안 제기된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축소 조정, 독일식 또는 비독일식 정당명부제, 중앙당 권한과 기구축소 등을 새정치위원회에서 논의해 의견을 모아주면 책임지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전 후보와의 공조를 염두에 둔 듯 "집권하면 지역, 정파 정당을 넘어선 초당파적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마음으로 드림팀을 구성해 국정운영을 성공시키겠다"며 거국내각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이같은 문 후보의 메시지는 안 전 후보에게 상당한 명분을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는 출범식 직후인 오후 1시에 문 후보에게 전화했고, 곧바로 회동이 성사됐다.
유민영 대변인은 "지자들의 마음을 아우를 시간이 필요했었고, 문 후보가 오늘(6일) 아침 새정치를 위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저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대선이 고작 13일 밖에 남지 않아 여론의 압박이 거세졌던 것도 영향을 끼쳤다. 안 전 후보의 지원이 하루이틀 늦어지자 캠프 불화설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실제로 캠프 내부에서 문 후보의 지원이 지체되면서 실무진들 사이에 불만이 새어나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전개됐다. 캠프가 깨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 안 전 후보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 집안 단속을 하고, 정치권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문 후보가 전날 집 앞까지 찾아왔다 성과없이 돌아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삼고초려'의 모습이 각인됐다는 점도 안 전 후보의 등판에 결과적으로 한몫했다.
안개화법이 지속되면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을 인식해서인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 '오늘이 대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는 화끈한 화법으로 여론의 갈증을 해소시킨 안철수.
사퇴한지 13일, 선거를 13일 앞둔 시점에서 다시 대선판의 중심에 서게 된 그가 판세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지는 알 수 없지만 밋밋하게 전개되던 대선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