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윤호영(상무)이 MVP를 수상했을 때 이런 저런 말이 많았다. 동부의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을 이끌면서 MVP까지 거머쥐었지만 평균 12.0점, 5.2리바운드, 2.6어시스트의 조금은 MVP답지 않은 성적 탓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록 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선수"라며 윤호영을 MVP로 인정했다. 동부라는 팀의 특성 때문이었다.
상무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일병 윤호영은 동부의 윤호영과 또 달랐다. 괜히 프로농구 MVP가 아니었다. 윤호영이 프로-아마 최강전을 통해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윤호영은 6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끝난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상무의 우승을 이끌면서 MVP를 수상했다. 4경기 평균 15.5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4.5블록의 이견이 없는 MVP였다. 유효표 58표 중 53표를 쓸어담으면서 MVP 트로피와 함께 상금 300만원의 보너스도 받았다.
윤호영은 경기 후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우승을 하고, 좋은 상까지 받아서 뜻 깊다"면서 "군대에 와서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챔프전 패배도 있고, 프로에서 뛰고 싶은데 못 뛰어서 정체된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역시 가장 큰 강점은 수비였다. 상무의 사정상 센터로 뛰었지만 LG 송창무, KT 장재석, 동부 김주성, 전자랜드 주태수 등 2m가 훌쩍 넘는 장신들을 상대로도 전혀 밀림이 없었다. 첫 경기였던 LG전에서 코뼈를 다쳤지만 진통제를 먹고 자신보다 5cm 이상 큰 선수들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평균 블록이 무려 4.5개로 골밑을 장악했다.
사실 센터는 상무에 와서 처음 맡은 포지션이다. 윤호영은 "전국체전에서 5번을 맡아 혼란스러웠다. 다들 공격 성향이 강하기에 수비를 해주고, 공격에서는 넓게 보려고 했다"면서 "내가 5번에 서는 것이 생소해서 미스매치라 생각하고 들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에서도 제 몫을 했다. 상무의 공격 대부분이 윤호영을 통한 투맨 게임이었다. 항상 강병현, 박찬희 등 다른 선수들의 공격을 먼저 생각하면서도 기회가 생기면 확실히 마무리했다. 슛 성공률 52.9%의 정확한 공격 옵션이었다.
결승에서도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40분 풀타임을 뛰면서 15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2블록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63-61로 앞선 종료 3초전 마지막 전자랜드의 공격에서도 윤호영이 문태종을 맡았다. 결국 문태종의 슛은 불발됐고, 상무는 허일영이 자유투 2개를 추가하며 65-61로 승리했다.
윤호영은 "진통제도 먹었다. 처음에는 모르다가 부딪히면서 통증을 느꼈다. 참고 뛰었다"면서 "마지막에는 힘들어서 발이 안 떨어졌다. 그래서 공격보다 수비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