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한국 출시 왜 늦나 봤더니…"지독한 신비주의때문"

한·미 MRA 2단계 격상시 "한국 1차 출시국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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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애플의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유가 애플의 결벽증에 가까운 보안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통신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긴 침묵을 깨고 자사의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5 우리나라 전국 판매를 7일부터 시작했다. 이는 애플이 지난 9월 말 미국 등 1차 출시국 등에 공급한 이후 2달하고도 2주 가량이나 지나서야 이뤄진 것이다.

이 때문에 매번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관련 업계에선 전세계 정보통신기술 시장에서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추앙받는 한국을 유독 애플이 홀대하고 있다는 불만도 일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애플은 한국을 아이폰 1차 출시국에 명단을 올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매번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출시 후 몇달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애플 제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거대 시장은 그렇다치더라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싱가로프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국가들도 2차 출시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한국이 이들 나라보다 애플로부터 홀대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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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일각에선 애플이 한국 시장을 1차 출시국에 넣지 못하는 이유가 '부품 조달 문제로 인한 물량공급 부족'이라는 얘기를 풀어내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애플로 하여금 한국을 우선 출시국에서 배제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일까. 현재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애플의 결벽증에 가까운 보안정책'이다.

한국은 독특한 전파인증제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제도가 애플의 보안정책에 반한다는 것이다. 실정법상 한국에선 전파인증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파 사용기기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증을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다. 이는 기존 통신기기 등에 혼선을 일으키지 않는지 조사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다시말해, 애플이 한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시키기 위해선 자사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개하기 전에 우리나라에 보내 전파인증과 관련한 일정한 절차 및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보통신 대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이 과정을 거치다보면, 애플의 신제품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리스크로 인해 그동안 애플은 자사의 비밀유지를 위해 신제품을 전세계에 공개한 뒤에 국내 전파인증을 신청해왔고, 자연스럽게 한국 시장은 애플의 우선 출시국에서 멀어지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전파인증 제도란 게 있는데, 길어봤자 1~2주면 끝날 수 있는 전파인증 제도가 왜 아이폰의 한국의 지각 출시의 이유가 되느냐고 반문하지만, 따져보면 이 전파인증제도란 것은 애플이 아이폰 출시 이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신비주의에 가까운 보안중심 기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연장선상에서 애플은 한국에 판매할 아이폰의 제조를 한국 정부로부터 전파인증 받은 후부터 시작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 이 때문에 국내 출시일은 빨라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한국이 애플의 1차 출시국에 영원히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현재 국립전파연구원은 미국과 방송통신기자재의 국가간 상호인정협정(MRA)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협상이 완료되면 한국도 애플의 1차 출시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MRA는 한 국가에서 통신기기의 전파인증을 완료하면 다른 국가에서 이를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인정범위에 따라 ▲한 국가에서 받은 시험성적서만을 다른 국가가 인정해줘 수입국에서 별도의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1단계와 ▲시험성적서 뿐만 아니라 수출국 인증기관에서 받은 인증서까지 인정해줘 수입국 내에서 바로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2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1단계 수준의 MRA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것이 2단계로 격상되면 애플은 우리나라에서 별도의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언제든 국내 시장에 판매가 가능해진다. 신제품 론칭과 함께 우리나라 유통·판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는 현재 1단계인 MRA를 2단계로 격상하도록 양국이 협상하자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 한·미 MRA 2단계 격상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파연구소 관계자는 "한미 양국간 MRA가 진행중에 있으며 2단계로 격상되면 미국 내 적합성평가기관에서 인정서를 발급받으면 국내의 별도의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바로 제품을 유통·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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