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입양특례법 논란…개악일까 인권보호일까

개정 입양특례법 취지 좋지만... "부작용 적지 않아 대책 마련 시급"

버려진 아기의 안전을 위해 부모들이 아기를 민간 단체가 설치한 상자 안에 넣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서울 관악구의 '베이비 박스'.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지난 8월 이후 이곳에 버려지는 아기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다.

베이비박스 관계자는 "이전에는 월평균 3~4명이었는데 8월에 10명, 9월에 13명, 10월에 8명, 11월에 8명의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면서 "부모들 중에는 입양특례법 때문에 아이를 입양시설에 보내기가 두렵다고 쓴 쪽지가 함께 들어있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합법적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양을 맡기러 오는 부모의 숫자는 반 이상 줄었다.

입양절차도 까다로워지고 아이 수도 줄면서, 입양 아동수는 지난 1~3월에 130명, 4~6월에 139명이었지만 8월 이후로는 단 1건 뿐이었다.

◈ "평생 과거에 발목잡히기 싫어서…" 입양기관에 등 돌리는 미혼모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월부터 합법적 입양기관을 통해 아이를 입양보내려면 개정된 입양법에 따라 아이를 우선 친모의 호적에 올려야 하는데, 미혼모들은 자신이 아이를 낳았던 기록이 남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가 입양을 가게 되면 친모의 호적에서 지워진다. 하지만 만에 하나 아이가 입양되지 않을 경우 '숨기고 싶은 과거'를 남긴 채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홀트 측은 "실제로 입양을 보내기로 한 미혼모들이 아이를 호적에 올리는 것을 꺼려하고 있고, 입양기관에 보내는 사람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호적에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양을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이 입양 계획을 가졌던 회사원 김모(36)씨는 "이전에는 반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이들 수가 줄어 2년을 넘게 기다려도 기약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물론 기다릴 수는 있지만 시기나 아이들 터울 등 가족계획을 열심히 세웠는데 이제는 아이를 입양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니 초조하다"고 덧붙였다.

◈ "그럼 아동의 인권은?" 개정 입양특례법 "일리있다"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알 권리'를 보장하고, 아동의 입양은 국가기관의 허가를 거치도록 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 협약'에 따르자는 것이 개정 입양특례법의 취지다.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는 개정 입양특례법은 '필수'라고 설명한다. 김 목사는 "모든 아이들은 자기를 낳아준 부모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또 이를 국가가 시민권적 차원에서 보호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지원네트워크 허난영 팀장도 "개정 이전에는 소위 '호적세탁'을 통해 출생신고서를 만들어 입양을 보내는 사례가 많아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없었다"면서 "가족관계등록부의 열람을 제한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지 개정법의 취지까지 왜곡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만큼 아동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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