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광기의 리더십> 저자 나시르 가에미는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 주장을 한다. 저자는 “위기의 시대에는 정신적으로 정상인 지도자보다 정신 질환이 있는 지도자가 더 낫다”고 한다. 한마디로 위기 시대에 성공한 리더십은 정신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 질환은 정신병이 아니라 우울증이나 기분장애를 뜻한다.
저자는 그 근거로 우리에게 친숙한 지도자 8명의 인생과 업적을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한다. 윌리엄 T. 셔먼, 테드 터너, 윈스턴 처칠, 에이브러햄 링컨,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존 F. 케네디가 그들이다.
정신의학적으로 봤을 때 이들이 보인 공통적인 특성은 4가지, 현실주의·공감능력·회복력·창의성이다. 위기에 부닥쳤을 때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냉철하게 간파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좌절을 겪어도 빠르게 회복하고, 남들과 다른 독창적 아이디어를 가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상적인 지도자는 혼돈의 시대에 우왕좌왕했다.
토니 블레어, 리처드 닉슨, 조지 W. 부시 등은 평화로운 시기엔 좋은 리더지만 위기가 닥치면 난국을 헤쳐 나가지 못하고 실패했다는 것. 기분 장애 경험이 없어 위기 발생 시 낙관적인 착각에 휩싸이고, 타인을 향한 공감 능력이 떨어져 자기 생각을 고집하고, 실패를 통한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치가 보여준 극단적 리더십도 마찬가지. 저자는 나치가 오히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었다는 검사 결과를 근거로 든다. 나치 지도자 24명을 2년에 걸쳐 면담한 결과 "냉소적이고 운명론에 푹 빠져 있지만 정상적인 성격"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자기 과신에 빠진 지도자의 전형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며, 좀처럼 실패를 통해 배우려 하지 않았다.
이 대담한 분석은 우리가 지도자를 결정할 때 도움이 되며, 우리 지도자들의 약점을 전혀 새로운 과점에서 볼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정신 질환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너무도 부정적이라는 사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고한다.
<광기의 리더십> / 나시르 가에미 지음 / 정주연 옮김 / 도서출판 학고재 / 432쪽 /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