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장은 출근 직후 '검찰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본인의 사퇴 기자회견을 오전으로 앞당기라’고 대검 대변인실에 지시했다.
오전 9시부터는 집무실에서 대검 차장과 부장, 기획관, 수석과장, 연구관 순으로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한 총장과 정면으로 맞섰던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과도 일대일로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어 한 총장은 오전 10시쯤 대검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대검 간부 등 배석자 없이 홀로 사퇴 회견을 갖고 국민 앞에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자필로 작성한 사퇴문을 읽기에 앞서 한 총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사퇴문을 읽어 내려갔다.
한 총장은 "최근 검찰에서 부장검사 억대 뇌물사건과 피의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등 차마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으로 국민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하여 검찰총장으로써 고개 숙여 사죄를 드린다"며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혔다.
이후 한 총장은 집무실에서 잠시 머문 뒤 대검 청사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최 중수부장 등 대검 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는 곧바로 오전 10시 20분쯤 대검 청사를 떠났다.
청사를 떠나기에 한 총장은 취재진을 만나 "밤새 고민하다가 결국 깨끗이 사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누를 안 끼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검찰을 잘 부탁한다"고 밝혔다.
'국민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막판에 조직을 추스리지 못해서 국민께 또 나라에 누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 검찰 좀 잘 돌봐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후배들이 다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고,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와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것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별도로 최 중수부장은 출근길에 "여러모로 송구하고 감찰문제가 종결되는 대로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라며 퇴진 의사를 내비쳤다.
한 총장의 사퇴 발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사의를 즉각 수용함에 따라 검찰은 당분간 채동욱 대검 차장 대행체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