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75도 경사진 곳에서 15미터나 굴러 떨어졌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깨끗한 시신 상태, 유일한 목격자라는 사람의 매번 엇갈리는 진술, 배낭 속 보온병 유리가 전혀 깨지지 않은 점 등 숱한 의문이 뒤따른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2012년 8월 1일, 이 남성의 유골이 세상 빛을 보게 되면서 순식간에 언론과 세인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누가 봐도 선명한 지름 6센티미터 크기의 가격흔(加擊痕)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 결국 의문사로만 남았던 사건에 그간 제기됐던 타살 의혹이 더욱 커진다.
당연히 재조사가 이뤄져야 함에도 이 사건은 2003년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내린 최종 결정이 ‘진상 규명 불능’이었다는 점을 들어, 정부와 여당은 재조사를 완강히 거부한다.
이것이 한국의 대표적 의문사로 남은 고 장준하 선생의 이야기다.
이 책은 당시 사건의 담당 조사관이었던 고상만 씨가 지금까지 알려진 장준하 의문사 사건의 모든 것을 국민에게 낱낱이 밝히고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과 여전히 오해에 가려져 있는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줌으로써 이 사건의 재조사가 시급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또 소문으로만 떠돌던 부분은 물론 최초로 공개하는 자료들, 유일한 목격자를 자처하는 김용환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법정스님, 9년 3개월이나 박정희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등 당대 주요인물과 나눈 상세한 대화가 실려 있어 이 사건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