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휴대폰 분실보험'…'누구를 위한 보험인가'

ㅇㅇ
해마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며 통신·보험업계에 '휴대폰 분실보험'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며 소비자들은 혹시나하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휴대폰 분실 보험에 가입하고는 있지만, 정작 일이 터졌을 때 분통을 터트리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통신·보험업계에선 실제 손해보험사들이 적자를 낼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이 휴대폰 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해가 거듭될 수록 늘어만 가는 자기부담금과 복잡해져가는 보상처리 절차 등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며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도 1,000만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와 계약한 보험사들의 휴대폰보험 가입자수는 지난 2009년 연간 가입자 108만명에서 2010년 연간 436만명을 거쳐, 올해 상반기에는 928만명으로 폭증하며 올 연말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면서 분실 및 파손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 3명 중 1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휴대폰 분실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SK텔레콤에서는 '분실보험(스마트세이프19·40·50)'과 '파손보험(폰세이프 파손)' ▲KT에서는 '파손·보급·프리미엄형', '일반형(저·중·고)', ▲LG유플러스는 휴대전화 출고가에 따라 보험 서비스(폰케어플러스 일반 3종, 스마트 3종) 등을 제공하고 있다.

통신3사가 저마다 각기 손해보험사들과 손을 잡고 이같은 휴대폰 분실 보험을 제공하고 있는데, 월 3,000~5,000원 정도를 납입하면 18~24개월 동안 최대 70만~8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단, 자신이 구매한 휴대폰 출고가의 30%~40% 가량의 일정액을 자기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가입 당시 분실보험과 관련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탓에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휴대폰 보험 관련 서비스가 무엇이 있는지 ▲휴대폰 보험 관련 서비스의 단계별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자신들이 가입하는 보험이 어떤 효력을 발생하는 지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직장인 서모(28)씨는 "혹시나하는 불안한 마음에 대리점에서 분실보험 5,000원 내면 된다는 말만 듣고 5,000원인 줄 알았다"며 "보험 관련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이렇게 많은 지 몰랐다"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 통신·보험업계, "가입자 유치에만 급급"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통신사와 보험사 모두 가입자 확보에만 열을 올릴 뿐, 약관 설명에 대한 책임은 등한시하고 있어서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대리점 한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대리점과 판매점에 분실 보험 상품을 유치하지 않으면 리베이트를 1~2만원 삭감한다고 통지하고 있어 되도록이면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들이 교육자료라고 하는 것을 보내주곤 있지만,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판매하는 사람들이 이것만 보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분실 보험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대리점 관계자도 "보험 상품을 권하고 잘못 응대하면 피해를 본 소비자가 대리점 쪽으로 항의를 하기도 해서 보험 상품과 관련해서는 대략적으로 설명해줄 수 밖에 없다"며 "그래야 나중에 항의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 자기부담금 30%라고?..."갤럭시노트2 따져보니 50%"

통신사들은 자기보험금이 30% 수준이라고 강조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100만원을 호가하는 지금의 상황에선 50%라고 보는 게 맞다.

이 때문에 20만원정도만 부담하면 되겠지란 안일한 생각으로 보험 절차에 응했다가 놀라기 일쑤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9만원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를 분실했을 경우를 놓고 보면 통신사들이 분실 보험 가입자들에게 보상해주는 상한선이 80만원이어서 이 중 30%(출고가 기준)인 24만원이 자기부담금이 된다.

여기에 상한선을 넘어선 금액인 29만원이 더해져 결국 갤럭시노트2를 분실한 뒤 보험을 통해 새로운 갤럭시노트2를 받기 위해선 53만원의 자기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절반 가량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직장인 최모(33)씨는 "갤럭시노트2를 기준으로 봤을 때 자기부담금은 실제로 거의 50만원에 육박한다"며 "가입 당시 자기부담금 30%라는 말만 믿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 한 관계자는 "휴대폰 보험을 가입시킬 때 주요 내용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라고 일선 판매 현장에 교육하고 있지만, 전국 2,000여개가 넘는 판매처를 모두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해당 보험이 마음에 안들면 들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뜨거운 감자'된 휴대폰 보험..."해결책은 없나?"

통신업계나 보험업계 모두 난감한 상황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휴대폰 보험 상품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손해율은 매년 오르며 가입자들로부터 걷은 보험료 보다 더 많은 돈이 보험금으로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도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심사가 까다로워진 데다 '동일기종' 원칙을 고수하다보니 보상처리가 늦어지고, 자기부담마저 늘면서 비난의 화살이 통신사로 집중되고 있어서다.

정부 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만 묘안이 없다. 방통위와 금융위, 이통사, 보험사 등이 모여 해결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있다는 게 업계는 설명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보험료를 낮추면 모럴헤저드가 심해지고 높이면 고객 불만이 커진다"며 "통신사를 빼고 고객과 보험사가 자동차보험처럼 직접 계약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보험료가 약 3배 오른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휴대폰 분실 또는 고장시 보상해주는 '휴대폰 보상보험'을 이통사 대리점에서 취급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통신사 대리점 판매직원을 대상으로 보험교육을 실시하고, 보험 상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신사 대리점을 통한 판매과정을 엄격히 해 향후 불완전 판매로 인한 피해 및 민원을 예방하겠다는 것.

'단종보험대리점'이란 한 가지의 보험상품만을 취급하는 대리점으로,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