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섯 손가락’에서 기구한 운명을 지닌 유지호로 분해 폭넓은 감정신을 소화, 대중으로부터 연기력 호평을 받았다.
주지훈은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회색빛으로 물들인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휘날리며 기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첫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50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자신의 연기철학부터 연애관까지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이 털어놨다.
이하 일문일답.
-4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 좋다. 아주 좋다. 이제 쉴 수도 있다.(웃음) 제대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조만간 여행도 갈 예정이다.
-전작 ‘신사의 품격’에 비해 ‘다섯 손가락’의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 나쁘지 않은 시청률이라고 생각한다. 12~13%정도 나왔다. 물론 그것보다 더 높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시청률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웃음) 시청률을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연기에 집중하려는 타입이다.
-브라운관에 오랜만에 모습을 비쳤다.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나.
▲ 예전보다 달라진 것 같더라. 극의 흐름이 ‘다섯 손가락’처럼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작품에 출연한 적이 없었다.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여주인공이 교체되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 사실 TV를 잘 보지 않아서 가십을 잘 모른다. (제작진에게 함은정 하차 사실을 들었을 때) ‘왜?’ 이러면서 의아해했다. 어디 아픈가 생각했다.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 처음에 미팅을 하면서 허술할 거라고 생각한 적 없다. 아시다시피 드라마는 완고가 나오지 않는다. 제작진을 믿고 갔다.
-극 중에서 피아노를 치는 역할이었다. 흥미가 붙었나.
▲ 피아노 치는 것에 확실히 흥미가 생겼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배워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이 연습하지는 못 했다. 영화면 모르겠는데 드라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나는 직접하는 게 낫다. 연기를 안하고 진짜로 해버리면 되니까.
-채시라와 모자관계로 출연했다.
▲ 채시라 선배는 모든 신에 집중을 잘한다. 내가 사실 채시라 선배를 평가할 짬(?)은 되지 않지만, (채시라와의 연기는) 아주 좋았다.(웃음) 채시라는 권위의식도 없고 좋은 선배다. 그리고 차화연 선생님도 정말 매력적이다. (지)창욱이도 싹싹하고 잘 하고 (진)세연이도 예쁨을 많이 받았다.
-유달리 감정신이 많았다. 어려움은 없었나.
▲ 엄청 어려웠다.(웃음) 극 전개가 빠르다보니 중간에 감정신을 다시 받는 장면이 없다. 감정 고조를 놓는 것에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힘들었다.
-‘다섯 손가락’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내가 한 작품 중에 가장 장편이고, 감정 기복도 심했고, 복수, 치정, 피아노, 멜로 등 드라마 안에서 많은 일도 있었다. 최근에 음식점을 갔는데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내 손을 잡고 눈물을 드라마 너무 슬펐다고 하시더라. 내가 좋아해서 선택한 일이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도움이 되면 기분 좋은 일이다. 어른들이 ‘다섯 손가락’을 많이 좋아하셨으니깐 만족한다.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스스로도 만족스럽나.
▲ 만족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신이 잘 나왔는데, 나는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만 안다. 항상 베스트 컨디션으로 촬영을 하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항상 만족할 수가 없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아 보인다.
▲ 웃긴 말 같다.(웃음) 자기 직업을 잘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게 프로인 것 같다. 프로는 남의 돈 받는 사람들이다. 잘 맞는 걸 팔아야 한다. 연기 선생님들이 해준 말이다. 당연히 (배우도) 직업이기 때문에 절대 특권층이 아니다.
-앞으로 작품 활동에 주력할 예정인가.
▲ 예전보다는 많이 할 것 같다. 예전에는 1년에 한 번 씩 (작품을)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몇 년이 더 흘렀다. 나이가 들수록 실제로 겪은 일이 있다 보니 예전보다는 관심 것들이 더 생겼다. 관심거리가 많아져서 공감 가는 시나리오가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한도전’을 좋아한다는데 예능 출연계획은 없나.
▲ 사실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무한도전’만 챙겨 본다.(웃음) 예전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적 있는데 거의 전쟁터더라.(웃음) 어느 타이밍에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분위기에 맞춰야 하는데 적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예능천재가 아닌 이상, 예능에 출연하는 것을 생각하면 무섭다.(웃음)
-연애는 안 하나.
▲ 해야 한다. 인생은 사랑이다.(웃음)
-공개 연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연애를 해보니깐 연애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연애를 해도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같은 직업을 가진 친구를 만나게 됐는데 이 친구가 공개 연애를 원하지 않으면 나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