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진행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주최한 자리였다.
행사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홀이 가득 차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발제자로 참석한 한겨레신문 김현대 기자 역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동시에 사회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최근 발행한 <협동조합 참 좋다>라는 책을 기획하던 1년 전만 해도 책 제목에 ‘협동조합’ 단어를 넣지 말자는 출판사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책이 잘 안 팔릴 거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1년 뒤 책을 낼 때는 당당하게 표지에 ‘협동조합’이라는 단어를 새길 수 있었다.
‘교회와 협동조합’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협동조합은 돈을 버는 게 주목적이 아니고, 경쟁보다는 협동을, 돈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삼기 때문에 공동체 정신에 적합하다”며, “이는 기독교 정신과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도 1920년대에 이미 협동조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고, 그 중심에 YMCA를 비롯한 기독교 단체와 기독교 지도자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기독교 내부에서 일어났던 협동조합 운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세력이 많이 약화되어 지금은 협동조합이 기독교인에게조차 낯선 개념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협동조합의 성격과 성경의 가르침이 일맥상통하는 점으로 ▲창조 질서의 회복과 생명 가치의 보전 ▲초대교회 공동체의 나눔과 섬김의 실현 ▲온전한 인간회복을 이루어가는 희년 사상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정 교수 이외에도 아이쿱생협 신성식 경영대표와 김현대 기자가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와 ‘왜 협동조합인가’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제했다.
신 대표는 협동조합 경영자로서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 참가자들에게 도움을 줬다. 특히 협동조합의 성패는 ‘상품’이 결정한다며 상품력을 높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기자는 해외 다양한 협동조합의 사례를 설명했다.
한편 교회와 협동조합이 조화롭게 잘 운영될 수 있느냐 부분에서는 약간의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협동조합은 과도한 수익을 창출하기에 적합한 기업 모델이 아니다. 대신 함께 일하고, 함께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매우 적합한 공동체적 기업이라는 점에서 교회와 잘 맞다”고 평가했다.
김현대 기자 역시 협동조합이 잘되기 위해서는 ‘공동체와 신뢰’가 필요한데, 교회는 이미 그 두 조건을 갖고 있다며, 교회와 협동조합이 잘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신 대표는 교회에서 협동조합을 해 성공한 사례가 적다며 잘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나눔의 가치’라는 측면은 잘 맞다며, 교회가 협동조합 설립에 전면에 나서거나 목회자가 직접 협동조합의 CEO를 맡기보다는 뒤에서 지원하는 형식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