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경찰부대 민간인학살 항소심 "1심 두배 55억 배상"

1심 배상금에 지연손해금 더해 총 배상액 두 배로 늘어

한국전쟁 당시 우리 경찰에 의해 민간인 97명이 살해된, 이른바 '나주경찰부대사건'의 피해 유족들에게 국가가 55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준 것에 국가는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판결하고 여기에 손해지연금까지 더해 총 배상액수는 오히려 1심의 두 배로 늘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27부(조영철 부장판사)는 유모 씨 등 나주경찰부대 사건의 희생자 유족 3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7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변경해 "국가는 유족에게 모두 55억3561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을 1심과 같이 '희생자 2억원, 배우자와 부모·자식 각 1억원, 형제·자매 각 5000만원'으로 인정했지만, 여기에 연 5∼20%의 이자가 손해지연금으로 더해져 총 배상액수는 1심(27억5371만원)의 두 배로 늘었다.

법원이 인정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등 국가범죄의 손해배상액 중 가장 높은 액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나주경찰부대 등은 무고한 주민들을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총살했다"며 "아무리 전쟁 중이라고 해도 절대 허용될 수 없는 극단적이고 조직적인 범죄행위에 대해 국가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 5년이 지났다는 국가의 주장에 대해 "전시에 국가권력이 대규모의 학살을 자행한 반인권적인 중대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공무원이 통상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일반적인 불법행위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조직적·집단적으로 희생자들의 생명을 박탈한 뒤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희생자들이 소를 제기하자 이제 와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나주경찰부대 사건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난 1950년 7월 전남 해남과 완도 일대에서 나주경찰부대와 완도경찰에 의해 민간인 97명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선박에 인공기를 달고 상륙한 뒤 선착장에 모인 주민들을 끌고 가 사살하고, 자신들을 인민군으로 오인하도록 유도한 뒤 화를 입을까 두려워 환영대회에 나온 주민들을 집단으로 학살하기도 했다.

최근 법원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사건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배상액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향후 다른 유사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충남 민간인 학살 사건 희생자 유족 3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피해자로 인정했더라도 반드시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2명의 유족 12명에 대해서만 3억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나머지 유족 21명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 지난 8월 대법원은 울산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지만, 배상액수는 희생자에 대해 8000여만원, 배우자에게 4000만원 등을 배상하라고 판결해 유족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고법만이 이례적으로 고양 금정굴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해 "희생자 2억원, 배우자 1억원, 부모·자식 각 5000만원, 형제 1000만원의 보상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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