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에 나선 문재인, 안철수 캠프에서는 각자 승리를 위한 전략을 짜면서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단일화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12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학계 및 시민단체 공동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후보단일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단일화의 방식에 대해 각계의 의견이 모아졌다.
대다수 토론 참가자들은 후보 단일화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역대의 사례를 짚으며 "단일화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며 "두 번의 대선에서 단일화로 승리함으로써 단일화=승리라는 등식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효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일화의 핵심은 방법이 아니라 명분이라는 점"이라며 "'이회창-노무현' 대결구도가 '이회창-정몽준'의 대결보다는 훨씬 쉽고 간명한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후보가 명분을 상징하는 정도가 강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또, 단일화로 인한 심리적인 효과를 언급하며 "단일화가 혁신을 위한 과정, 삶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인식되지 않고 정치적 이벤트로만 보이면 실패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무관하게 비칠 때 단일화의 심리적 효과는 없다"고 경고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현재까지 언급되는 국민경선투표, TV토론 후 배심원 판단, 여론조사, 담판 등의 방식들이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며 "제3자의 역할,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상대후보 매수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됐듯, 단일화 후보의 당선 이후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도 이같은 법적 해석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것.
공직선거법 232조에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 에게도 매수죄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정치연합과 매수를 구별하기 위해 두 후보가 공직선거법 개정에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양 캠프를 대표해서 나온 문재인 후보 측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과 안철수 후보 측 송호창 선대본부장은 단일화 시너지를 극대화 하자는 데 동의하면서도 방점을 다른 곳에 찍었다.
이인영 위원장은 "우리 모두가 시간에 갇혀버린 부분이 있다"며 "절대 시간의 벽이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정치혁신 합의, 정책비전 합의, 후보단일화 합의 과정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병행해 합의했다면 효과를 극대화 하는 면에서 상당히 장점을 가질 수 있었다"고 시간을 끌었던 안 캠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금도 경선은 물건너갔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지만,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끌어내고, 상대 지지자의 수렴을 극대화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며 국민참여 경선방식을 이제라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호창 본부장은 "여러 사안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보여질 수 있는데, 불과 50여일 전에 혼자 출마하고 시작해서 조직을 만들고 선거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다소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둘 중 한명이 되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그런 정도의 생각은 위험하다. 어떻게 하면 두 후보를 단일화하는 과정을 1+1=2가 아니라 3 이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매순간 쥐가 나도록 머리를 짜내고 있다"고 고민을 내비쳤다.
그는 '새정치공동선언'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과거로 가지 않겠다는 이정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일종의 한국사회의 새 마그나카르타(대헌정)로 만드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공동선언문의 의의와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는 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 단일화가 더 큰 가치연대로 발전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데 모아졌다.
단일화 협상을 해낼 실무팀이 양측에서 3인씩 꾸려짐에 따라 앞으로 2주간 어떤 방식으로 논의가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