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교 밑 넝마공동체…이제 그들이 갈 곳은 없다

철회 공문에 이사中 집행된 강제철거, 공터에서 언제 또 쫓겨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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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는 건 우리 탓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던 집인데...필수품이라도 갖고 갈 수 있게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

서울 강남의 영동5교 밑에서 넝마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모여살던 50여명의 삶이 겨우 한나절만에 사라져버렸다.


거리로 떠밀린 주민들은 헌옷이나 고물 등을 주워 팔며 생계를 꾸려가던 넝마주이 자활 공동체 사람들.

지난 9일 오전 9시쯤 갑자기 들이닥친 30여명의 철거용역들은 넝마공동체 주거지를 에워쌌고 거대한 포크레인은 30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밀어버렸다.

사실 철거는 예정돼 있었다. 지난 7월 강남구청은 넝마공동체의 주거지를 철회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주민들은 머무를 땅을 찾던 도중 인근에 서울시가 관리하는 공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민 김태영(63.여)씨는 "구청의 요구에 따라 이사를 시작했고 우리가 짐을 다 옮기기 전까지는 주거지에 손대지 않겠다고 했는데 구청은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전 예고도 없이 진행된 강제 철거에 식량이나 중요한 물건들을 챙길 새도 없었던 주민들. 남들이 보면 그저 헌 옷가지에 고물일 뿐이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생계수단이었던 물건들이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에 주민들은 그대로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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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화가 난 주민들은 용역과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했지만 노인들이 젊은 용역을 감당해 낼 수는 없었다. 주민과 용역이 대치하던 도중 애꿎은 쌀포대만 터져 흰 쌀이 거리로 쏟아지기도 했다.

김덕자(73.여)씨는 "여기는 우리가 30년 동안 산 집이다. 물건은 꺼내게 해야할 거 아니냐. 소리 없이 마음대로 집행해놓고 짐도 못 꺼내가게 하느냐" 면서 "쓰레기도 갈 곳은 알고 정해놓고 버리는 법이다. 이런 방식은 우리를 죽이려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해당 구청측도 할 말은 많다. 겨울에는 화기를 사용해 불이 날 수도 있는데다 만약 다리 밑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자칫 인명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구청에 따르면 기존의 넝마공동체는 스무명도 채 안됐고 철거 조건으로 이들에게 임대아파트를 마련해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30여명의 노숙인들이 합세해 자신들도 집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임대아파트를 마련해주면 좋지만 이미 넝마공동체 이전에도 임대아파트가 필요한 주민들이 산적해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넝마공동체 주민들은 임대아파트는 "자신들을 쫓아내기 위한 달콤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아파트에 들어갈 돈이 없는데 아파트를 준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냐"며 주민들은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집을 잃은 넝마공동체 주민들은 새 터전으로 삼으려던 인근 공터로 잠시 대피했다. 하지만 이또한 불법 점유에 해당한다. 또다시 정처없이 밀려나는 건 시간문제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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